양도세 완화로 급매 쏟아져 … 매수세 없어 호가 수천만원씩 '뚝'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투매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주공,송파구 가락시영,강동구 둔촌주공 등 주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호가가 불과 며칠 만에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양도소득세 완화(9억원 이하 1세대1주택 비과세)가 시행됐지만 절세액이 그대로 가격 하락에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집을 팔지 못해 안달이 난 집 주인들이 급매물 가격도 계속 낮추고 있어 이 같은 투매 양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강남구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 6일 개포주공 4단지 43㎡(13평)형을 6억8800만원에 거래했는데 3일 만에 같은 크기 급매물이 3800만원 떨어진 6억5000만원에 나왔다"면서 "(양도세 완화) 이전에 팔았으면 낼 양도세를 매도 가격에서 제외하고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급매물의 절반 정도는 최근 급등하는 대출 이자 부담으로 인해 내놓은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양도세 완화가 시행되면서 1세대2주택자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 급히 처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가락동 B공인 관계자도 "가락시영 56㎡(17평)형 1차의 경우 지난주 초 5억9000만원에 거래가 1건 이뤄졌는데 역시 5일 만에 2000만원 하락한 급매물이 또 나왔다"며 "올 연말께 재건축조합원 지위양도 금지가 풀리게 되면 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해 무조건 팔아달라는 집 주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잠실과 암사 지역의 대규모 입주 폭탄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강동구 둔촌주공도 마찬가지다.

강동구 둔촌동 C공인 관계자는 "지난 7일 주공3단지 76㎡(23평)형을 5억2500만원에 거래했는데 딱 이틀 지나자 5억1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며 "이틀 밤 새 1500만원이 떨어졌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실종됐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용적률이나 대출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없이는 상황이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양승석 인턴(한국외대 3년/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