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장관도 '1002원' 거론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말 내부 보고서에서 '조만간 유가가 급락해 배럴당 60~7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년 내 2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직후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 선.삼성연 보고서는 누가 봐도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는 골드만삭스가 아닌 삼성연의 말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8.89달러(10.3%) 하락한 77.70달러에 마감했고 중동산 두바이유는 72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

삼성연은 당시 보고서에서 연초 원유가격 상승 요인 중 상당부분이 투기자금에 의한 것이며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을 유가 하락의 이유로 꼽았다. 여기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삼성연은 최근에는 환율 급락을 예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연은 지난 9일 '최근 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주요 7개국의 교역가중치와 물가 등을 고려한 적정 원ㆍ달러 환율은 1002원 내외"라고 밝혔다.

당시 외환시장은 환율이 순식간에 1500원에 육박하며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온 직후 환율은 하락세로 반전했고 지난 10일에는 1309원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삼성연은 삼성그룹 계열로 국내 최대 민간 경제연구소란 점에서 외환시장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보고서가 나온 바로 그날 삼성전자가 3억~4억달러를 매도하면서 보고서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G20 회의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11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삼성경제연구소의 적정환율을 거론하며 "적정선은 그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삼성연은 보고서에서 "환율 급등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약화보다는 외환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에 의한 것"이라며 "대내외 상황이 변할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달러 유동성 부족에 의한 달러 가수요,일방적인 환율 상승 기대 심리에 따른 군집행동 등으로 최근 환율이 치솟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급등세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가 전망을 맞춰 화제를 모은 삼성연이 환율 전망까지 적중시켜 '족집게'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