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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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기가 콧구멍 없는 사람 같다. " "누군들 자기 인생이 그렇게 마음에 들까,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나는 내 인생이 정말 마음에 안든다. " TV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독립을 감행했던 주부 한자의 독백이다. 논란에도 불구,수많은 주부들이 공감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유는 한자와 다르지 않다. 이름도 없이 누구 엄마로 살아온 인생에 대한 허망함 때문이다. 결혼 이래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했건만 남편은 "당신이 뭘 알아" 식으로 몰아붙이고 자식은 자식대로 "엄마랑은 안 통한다"며 돌아서는 데서 비롯되는 상실감이 그것이다.
나이 들어 존재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에 시달리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많은 남성들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 평생을 바친 일이나 직장에 더 이상 자기 자리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고 우울해 한다. 그러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나 인기스타가 내리막길에 섰을 때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년 주부나 은퇴한 남편,권력이나 인기의 정점에서 내려선 유명인사가 느끼는 상실감은 가족에 대한 헌신,업무,힘과 인기를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희생적인 어머니나 승승장구해온 사람일수록 주위의 무관심과 냉정한 시선에 당혹스러워 하는 걸 보면 그렇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자신을 자신이라고 믿은 나머지 누군가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어쩔 줄 모르는 셈이다. 그러나 자식은 크고 회사와 조직의 주역은 바뀌고 인기는 시든다. 모든 건 지나가고 정상에 선 누구라도 내려와야 한다. 자리와 힘은 영원하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절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거니와 지금까지 자신의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을 잃었을 때 진정 소중한 것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상실에 따른 허탈감과 자괴감에서 벗어나 그동안짊어지고 오느라 낑낑 대던 것들을 내려놓고 진정 필요한 것들을 새로 챙겨보면 살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질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이유는 한자와 다르지 않다. 이름도 없이 누구 엄마로 살아온 인생에 대한 허망함 때문이다. 결혼 이래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했건만 남편은 "당신이 뭘 알아" 식으로 몰아붙이고 자식은 자식대로 "엄마랑은 안 통한다"며 돌아서는 데서 비롯되는 상실감이 그것이다.
나이 들어 존재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에 시달리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다. 많은 남성들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 평생을 바친 일이나 직장에 더 이상 자기 자리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롭고 우울해 한다. 그러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나 인기스타가 내리막길에 섰을 때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년 주부나 은퇴한 남편,권력이나 인기의 정점에서 내려선 유명인사가 느끼는 상실감은 가족에 대한 헌신,업무,힘과 인기를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희생적인 어머니나 승승장구해온 사람일수록 주위의 무관심과 냉정한 시선에 당혹스러워 하는 걸 보면 그렇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자신을 자신이라고 믿은 나머지 누군가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어쩔 줄 모르는 셈이다. 그러나 자식은 크고 회사와 조직의 주역은 바뀌고 인기는 시든다. 모든 건 지나가고 정상에 선 누구라도 내려와야 한다. 자리와 힘은 영원하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절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거니와 지금까지 자신의 전부라고 여겼던 것들을 잃었을 때 진정 소중한 것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상실에 따른 허탈감과 자괴감에서 벗어나 그동안짊어지고 오느라 낑낑 대던 것들을 내려놓고 진정 필요한 것들을 새로 챙겨보면 살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질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