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장관, 美에 강한 불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20개 선진국 및 신흥시장국) 회의에서 미국 등 G7(선진 7개국) 중심으로 이뤄져온 금융 공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특히 미국이 신용등급 AAA 이상 국가들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은 금융위기 타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화스와프 계약을 신흥시장국들과도 맺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워싱턴에 도착하기 앞서 미국에 이 같은 제안을 했으며 이날 G20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공식 제안했다.

강 장관의 제안에 대해서는 터키 아르헨티나 등 다른 신흥국들도 강력한 동조의 뜻을 밝혀 통화스와프의 확대가 금융위기 타개 과정에서 신흥국의 주된 요구사항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강 장관은 무엇보다 미국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G20 회담에 앞서 가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금융위기를 촉발시켜 세계 시장을 마비시켰고 이런 위기가 없었으면 건강한 경제체제를 유지했을 한국과 같은 나라를 위협했다"며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 선진 7개국끼리만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분별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해결하려면 한국 등 신흥시장국들이 미국 국채를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강 장관은 G20 회의에서 가진 연설에서 "금융위기에 처한 신흥시장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선진국 채권을 매도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외환보유액 가운데 260억달러를 환율 방어를 위해 사용했는데 이는 미 국채를 팔아 장만한 달러"라고 말했다. 신흥시장국들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배제한다면 오히려 선진국들의 문제가 꼬여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한 셈이다.

강 장관은 아울러 다자간 협력체계는 G7이나 G14 등 선진국 위주에서 벗어나 신흥국을 포함하는 G20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며,한국이 2010년부터 G20의 의장국을 맡게 되는 만큼 G20의 역할을 보다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인식 기자/김홍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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