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ㆍ중ㆍ일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800억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기금'을 조속히 창설하기로 하고 내주부터 관련국 간 실무협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CMI 다자화 기금은 아시아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화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위기 대비용 공동기금으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뜻에서 AMF로도 불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재무ㆍ금융담당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윌리아드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한ㆍ일 재무장관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와 만나 "CMI 다자화 기금을 조속히 창설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며 "내주부터 ASEAN과 한ㆍ중ㆍ일이 모두 참석하는 실무협의를 서울에서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일본이 실무협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CMI 다자화 기금 설립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ㆍ중ㆍ일의 출자 몫인 640억달러(80%)의 배분을 둘러싸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중국은 외환보유액 비중에 따라 출자 비율을 정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비율에 따라 배분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균등분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양국 장관은 또 한ㆍ중ㆍ일 3국 간 정책 공조와 신속한 정보 교환을 위해 '한ㆍ중ㆍ일 거시경제ㆍ금융 안정 워크숍'을 내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갖기로 했다. 이 회의에는 각국 재무차관급과 중앙은행 및 감독기관 국장급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두 장관은 중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한ㆍ중ㆍ일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에 따른 후속 회담 성격으로 재무장관 회의를 갖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두 장관은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 분야에서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종합적으로 정책 공조를 하기로 했다"며 "그 중 핵심은 재정정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