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을 뜬 K씨(42)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 뒤 벽에 걸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모니터에 '소금 섭취량 5g'이라는 글자가 뜬다. 주치의의 권고치(6g)보다 낮아 안심이다. 고혈압 증세가 있어 짠 음식을 피하고 있는 K씨는 소변 검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검사 결과는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주치의의 PC로 실시간 전달된다. 이상징후가 있을 때는 주치의에게 화상으로 원격 상담을 받기도 한다.

오퍼상을 운영하는 K씨는 사무실에 들러 급한 용무를 처리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서다. 주치의는 K씨의 눈꺼풀 속으로 콩알보다 작은 로봇을 밀어넣는다. 이 로봇은 하루종일 K씨의 몸 속을 돌아다니며 건강 이상 여부를 검사하게 될 것이다.

공상과학영화 '아일랜드'에 나오는 이 같은 헬스케어가 실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 병이 들어 아파야 병원을 찾는 지금과는 달리 각종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병원에 가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치료는 물론 질병 예방까지 할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 개념이 바뀌게 될 전망이다. 질병 치료가 아니라 질병 예방이 미래 의료서비스의 핵심이 된다는 얘기다. u-헬스케어가 바로 그것이다.

u-헬스케어의 모습을 가늠케 해주는 사례 중 하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년 전 개발한 바이오 셔츠다. 천 소재의 옷에 센서와 무선통신 칩이 장착돼 있어 심전도,호흡,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지금은 일반인이 심전도를 측정하려면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바이오 셔츠만 입고 있으면 일상생활이나 운동 중에도 간편하게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측정된 심전도 정보는 무선 통신기기를 통해 주치의의 PC로 전송돼 의료 기록으로 활용된다. 운동선수의 기록관리에서부터 심장질환자들의 응급상황을 알려주는 심전도 폰,입원환자의 환자복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약복용 도우미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약상자에 감지 센서를 장착,휴대폰과 디지털 액자 등으로 환자에게 약복용 시간을 알려주거나 처방된 약이 아닌 엉뚱한 약을 복용하는 실수도 막을 수 있게 된다. 기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병원이나 응급구조센터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낙상폰,수면 상태를 감지해 수면량이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침대,조깅 등을 할 때 운동량을 알려주는 스마트 신발 등도 u-헬스케어 시대에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ETRI는 신개념 건강관리 서비스인 u-헬스케어는 부가가치 창출이 높고 고용 창출 등 파급효과가 큰 신산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기술개발은 물론 u-헬스케어 시대에 맞는 관련 법 제도 정비,신기술 개발,관련 산업 육성 등 정부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도움말=박선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BT융합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