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아침출근 시간대에 맞춰 처음으로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연설의 핵심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상호 신뢰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닌 다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지금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직접 설명하고 위기극복의 의지까지 다짐한 것은 일단 의미있는 일이다.

대통령의 이번 라디오연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런 형식이 '소통부재' 문제를 해소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올 상반기에 수개월간 국정을 제대로 펼쳐 나가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처했던 게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원만한 소통이 절실하다 해서 대통령이 전 국민과 수시로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쩌다 있는 TV토론같은 자리도 상호간의 의사를 충분하게 전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사정에서 나온 대안이 어제와 같은 7~8분가량의 정례 라디오연설이라고 들린다.

따라서 이런 라디오연설의 주기나 타이밍을 잘 조절하고,주제도 국민들이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는 실생활 문제 위주로 적절히 잡아나간다면 국정 안정에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1930년대 대공황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변정담(fireside chat)이라는 라디오연설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다독이고 결국 경제위기도 극복한 사례가 있고,라디오연설이 오늘날까지도 관행으로 자리잡아온 점은 참고할 만하다.

다만 소통문제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더 자주 연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소통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듣는 것이 핵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세대가 늘어나는 오늘날의 '쌍방향 소통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다수의 관심사가 무엇이고,소수들은 어떤 점에서 이견(異見)을 갖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더 많이 들어야 하고 그런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찾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