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세리키즈' 오초아 앞에서 우승
'세리 키즈' 김인경(20ㆍ하나금융)이 미국 LPGA투어 롱스드럭스챌린지(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생애 첫승을 달성했다. 김인경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댄빌 블랙호크CC(파72ㆍ618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3타차로 따돌렸다. 올 시즌 한국선수로는 7번째 우승이다.

투어 2년차인 김인경은 지난달 초 하이원컵SBS채리티여자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머물면서 샷을 집중적으로 교정한 효험을 톡톡히 봤다. 그는 다른 선수에 비해 낮은 탄도의 공을 친다. 공이 낮게 날아가다보니 바람이 많이 부는 대회에서는 유리하지만 그린에서 '런(run)'이 많은 게 단점이다. 잘 쳤는데도 굴러서 그린을 벗어나 있기 일쑤고 핀이 그린 오른쪽이나 왼쪽에 치우쳐 꽂힐 경우 홀 근처로 공을 보내기 어려워진다.

김인경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이원컵 대회가 끝난 후 1주일 동안 국가대표 골프코치 전현지씨와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윙을 보완했다. 전 코치는 "백스윙할 때 코킹을 빨리 해주는 '얼리 코킹'으로 공에 스핀을 더 주고 탄도가 높아지도록 했다. 김인경의 운동신경이 뛰어나 빠른 시간에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에는 바람이 불어 저탄도샷이 전반적으로 도움이 됐으나 평소 공략하기 어려웠던 지점에 핀이 꽂혔을 때는 이번에 배운 '고탄도샷'을 썼다. 또 지난 겨울 연습한 '드로샷'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골프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샷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김철진씨(55)와 성숙희씨(52) 사이에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났다. 신지애 박인비처럼 박세리를 보면서 골프를 시작한 '세리키즈'다. 17세이던 2005년 전지훈련차 미국에 갔다가 US여자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 2006년 12월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수석을 차지하며 투어에 진출했고 2007년 6월 웨그먼스LPGA대회에서 오초아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김인경은 이날 세계 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난조를 보인 데다 지난주 삼성월드챔피언십 우승자인 폴라 크리머(미국)마저 중위권으로 처지면서 한결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17번홀(파4)에서는 티샷한 볼이 개울에 빠지는 듯 했으나 다행히 페어웨이 벙커에 떨어져 두 번째 샷을 홀 2.5 m 에 붙여 버디를 낚는 행운도 따랐다. 우승상금 18만달러를 챙긴 김인경은 "너무 긴장한 탓에 전날 1~2시간밖에 자질 못했다. 머리 속으로 코스를 10번은 돈 것 같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면서 잠을 청해보았으나 골프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고 밝혔다.

2003년 숍라이트클래식 우승 이후 5년 만에 지난달 벨마이크로클래식에서 2승째를 올렸던 스탠퍼드는 삼성월드챔피언십 공동 3위에 이어 2위에 올라 3주 연속 '톱3'에 드는 강세를 이어갔다. 오초아는 버디와 보기 각 6개씩을 기록하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치며 합계 4언더파 284타로 4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