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캅 <라이나생명 부사장 ed.kopp@cigna.com>

한국에서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다 보면 경제 당국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물가에 대해서 상당히 예민하게 신경 쓰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새해에 그렇고，추석 때가 그런 것 같고，겨울이 오기 전 김장을 담그는 김장철에 특히 피크를 이룬다. 요즘은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김장철엔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채소와 양념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인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초대받은 지인 집에서 한식으로 식사를 하던 도중에 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냉장고 옆에 모양이 다른 냉장고가 또 하나 있는데，미국 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모양의 특이한 냉장고였다. 냉장고가 두 개인 것도 이상하고，하나는 모양도 특이해서 집 주인에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김치 냉장고'였다. 예전엔 김치를 많이 담가서 땅에 묻어 보관하며 겨울 동안 먹었는데 아파트 생활 문화가 정착되면서 김치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발효시키도록 만든 게 '김치 냉장고'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즐겨 먹고 김치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김치를 위한 냉장고까지 만들어 내고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에 김치를 따로 보관하며 먹는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김치를 먹어 왔다고 했다. 김치의 종류도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산물에 따라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고，철마다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부자든 서민이든 한국 사람들은 김치를 먹는다고 한다.

특히 장기간 발효시키는 김장에는 주 재료인 배추와 무 같은 채소류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각종 어패류를 발효시킨 '젓갈'을 넣고，부족한 영양분을 각종 양념류를 통해 보완해서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뿐만 아니라 단백질까지 공급하는,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식품이라고 한다.

부자나 서민이나 누구나 먹을 수 있고，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지 않고 점점 그 가치가 더해지는,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서의 김장 김치! 한국인에게 있어 김장 김치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나를 포함한 우리 동료들 모두 오늘도 이 시간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