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도사태 대비 자본확충 권고…배당중지 요청도

은행들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도산 등에 대비해 후순위채 발행을 비롯한 자기자본 확충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확산되는 데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는 데다 금융감독당국도 '후순위채 발행'과 '배당 중단'을 권고하는 등 자본 확충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조만간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농협과 대구은행도 후순위채 발행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부 시중은행도 후순위채 발행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올 연말까지 1조원 규모 이상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26일 연 7.45%의 금리로 4271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했으며 우리은행(2000억원) 하나은행(3000억원) 농협(4000억원) 등도 지난달 중순 이후 7~8%대의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3분기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부터는 일부 업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은행들이 자기자본 확충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부도로 은행에 부실 여신이 발생하거나 보유 주식(투자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져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경영실태평가 1등급을 받으려면 BIS 비율을 10% 이상 유지해야 하고 8%에 미달할 경우 경영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그동안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조달 비용이 높아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발행 자제를 권고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이후 후순위채 발행이 거의 끊겼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손실 흡수능력 강화를 위해 자기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후순위채 발행,배당 자제,유상증자 등을 제시하는 등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은행의 수익성 저하가 문제였으나 지금은 안정성이 더 중요해졌다"며 "만약 기업 연쇄 부도 등으로 은행에 위기가 발생한다면 후순위채 발행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지금이 자기자본 확충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용어풀이 ]

후순위채 = 청산시 변제순위가 일반 채권에 비해 뒤지는 채권을 말한다. 후순위채 발행액이 보완자본(Tier Ⅱ)으로 인정받으려면 만기가 5년 이상이어야 하는데,은행들은 통상적으로 만기 7∼10년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반 채권에 비해 이자율이 높은 만큼 수익성엔 부담이 되지만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