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의 가을 정기세일 매출 신장률이 전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경기침체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던 백화점마저 불황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가을 정기세일(3~12일)에서 일평균 매출이 전년 가을세일에 비해 4.7%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작년 가을세일과 올 여름세일 매출 증가율이 각각 17.0%,12.3%였음을 감안하면 매출 신장세가 절반 이하로 둔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4.1% 증가하는 데 그쳐,작년 가을(13.0%)이나 올 여름(7.0%)보다 신장률이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은 두 자릿수 증가율(10.9%)을 유지했지만 작년 가을세일에 25.5%나 급증한 데 비해선 크게 저조했다.

백화점 가을세일 매출이 주춤한 것은 매출 비중이 높은 의류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여성의류가 1.9%,남성의류는 0.8% 각각 늘어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자율복 바람으로 캐주얼 매출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정장 매출이 줄어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가전,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부진해 그동안 백화점 실적 호조를 뒷받침해온 중산층도 지갑을 닫는 징후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이번 가을세일 실적을 백화점 경기가 본격적으로 뒷걸음질치는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번 세일기간 중 명품 매출이 여전히 30% 안팎(롯데 40.6%,신세계 35.0%,현대 27.2%)의 증가세를 유지,부유층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기간 중 주가급락,환율폭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이라며 "이달 전체 매출을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