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 판매가 급감하는 점을 감안해 러시아와 동유럽 등 신흥시장과 틈새시장에 맞는 중·소형차 판매에 적극 나서달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해외법인 판매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회의에는 본사 경영진과 미국 중국 인도 터키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주요 해외거점 생산 및 판매법인장들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이른 시간 내에 경기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인 만큼 과거 위기극복의 경험을 살려 전 부문 생산성을 제고하고 긴축경영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지역본부장들에게 "각 지역의 판매딜러를 직접 방문해 고객의 소리를 들은 뒤 개선할 점은 신속히 조치해 판매력을 제고할 것"과 "매주 4일 이상 현지 출장으로 시장을 개척할 것"을 주문했다.

또 "유로,달러 등 환율이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점을 판매 확대에 적극 활용해 수익성 위주로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4월과 10월에 주요 지역 법인장들을 모아 분기실적을 점검하고 6월과 12월엔 전지역 법인장 및 지역본부장 회의를 갖는 만큼 특별한 회의는 아니다"면서도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집중 논의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311만대(내수 63만대 포함)를 판매키로 했으나 9월 말까지 진척률이 66%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기아차 역시 판매목표는 161만대(내수 23만대 포함)지만 9월 현재 달성률이 62∼63% 정도다. 지역별로 금융위기로 인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실적이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장기간의 임·단협 여파로 생산차질이 빚어진데다 금융위기가 소비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판매여건이 좋지않아 목표 대비 진척도가 다소 부진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4분기에는 수출용 차량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신흥시장 수요도 꾸준한 만큼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