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GS 돌연 불참...포스코 단독 입찰자격 놓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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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3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 공동 컨소시엄과 관련된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수 지분,가격 등에서 어긋난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대우조선해양 입찰이 마감된 지 2시간가량 흐른 오후 5시.GS가 돌연 포스코와의 제휴를 파기,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국내 인수ㆍ합병(M&A)사에 유례가 없을 황당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오후 6시30분께 나온 GS의 발표는 소문 그대로였다.
◆황당한 산업은행,요동치는 매각작업
'GS 해프닝'이 불거짐에 따라 대우조선의 향후 매각 일정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즉각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핵심은 포스코에 재입찰 기회를 줄 수 있느냐는 것.현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포스코 구제 △포스코 배제 △유찰 등 크게 세 가지다. 산업은행이 어떤 카드를 뽑든지 매각과정에 대한 비난과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14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포스코에 입찰 참여 기회가 유지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첫번째는 포스코가 GS와 함께 제출했던 제안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제시한 인수가격과 재무적ㆍ전략적 투자자 구도,향후 경영방침 등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포스코에 재입찰 기회를 주는 것이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당장 경쟁 회사인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본입찰에서 포스코-GS 컨소시엄이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순순히 물러설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GS와 포스코가 빠지더라도 현대중공업과 한화의 복수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어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무리하게 끌어 안기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구제냐 탈락이냐
산업은행이 법률적 부담을 우려해 결국 포스코를 탈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통상 입찰안내서에는 구제받을 수 있는 경우들이 명시돼 있고 포스코가 여기에 해당할 때에는 구제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입찰제안서에 컨소시엄 당사자 중 한 곳이 파기했을 때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까지 구구절절 적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산은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산은 관계자는 "포스코를 살리려다 자칫 산은이 대형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법무법인 관계자도 "한화와 현대중공업이 매각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산은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이 본입찰 참가 기업들의 제시안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유찰을 선언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산은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와 현대중공업을 설득할 만한 명분도 없다.
안재석/박준동/이심기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