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업계획 세우고 판매·수익 정산 "전 칵테일 바 사장 될래요"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 국제관광비즈니스과 2학년생인 전현정양(17) .올해 초부터 비즈쿨 동아리 '와인-칵테일 창업팀'에서 활동해온 전양은 장차 성인이 되면 칵테일 바 사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칵테일 제조가 재미있는 데다 지난 9월에 학교 축제에서 무알코올 칵테일을 팔아 75만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사업의 '묘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전양은 "평소에도 경영에 관심이 있었는데 수개월간 직접 사업계획을 세우고,판매 후에 수익을 정산하는 실습을 통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 관련 이론을 공부한 뒤 칵테일 바 창업에 나설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학교의 이금택 진로지도부 부장교사는 "소믈리에(와인 감별사) 자격을 딴 뒤 와인-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겠다거나 바리스타(커피제조 전문가)가 되겠다는 학생 등 창업에 대한 구상들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쇼핑몰 창업을 위한 비즈쿨 동아리 '파워 CEO' 소속 학생들도 요즘 방과 후 2~3시간 정도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부터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도자기,티셔츠,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경복비즈니스고는 2004년부터 기업 창업·경영교육을 위한 비즈쿨(Biz-Cool)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때부터 만들어진 비즈쿨 동아리는 '와인-칵테일 창업팀''파워 CEO' 외에도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디자인을 개발하는 '아이리스' 등 3개.전교생의 15% 정도인 100여명이 비즈쿨 동아리에 가입해 있을 정도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본관에는 칵테일 바는 물론 호텔 방,프런트 등이 설치된 100㎡(30평) 남짓의 '경복 호텔'이 마련돼 있어 실제 상황과 똑같은 실습이 가능하다.

전국 96개 비즈쿨 학교 중에서도 유일하게 비즈니스 예절과 이미지 메이킹 등을 가르치는 '매너실'도 운영 중이다. 이 덕택에 지난 2일 전국 89개 비즈쿨 학교가 참가한 '2008 비즈쿨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비즈쿨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복비즈니스고는 올초 특성화고로 지정되면서 '비즈니스'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위해 학교 이름(경복여자정보상업고등학교)까지 바꿨다. 비즈쿨 도입이나 개명은 학교 설립(1972년) 초기인 1975년부터 33년간 이 학교에 재직한 정삼헌 교장의 애착이 큰 역할을 했다. 상업교사 출신의 정 교장은 "학창시절부터 비즈니스 마인드와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설명했다.

비즈쿨 소속 학생들은 졸업 후 당장 창업에 나서기보다는 대부분 전문계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통한 대학진학을 희망한다. 지망 학과는 상경계열이 많고 진학률도 웬만한 인문계고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올해 2월 졸업생(380명) 중 진학을 원했던 319명 모두 대학에 합격했다. 이 중 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 등 수도권 4년제 대학 합격생은 131명에 이른다.

이 학교 졸업생으로 애니메이션제작업체를 경영하는 정미 JM애니메이션 대표는 "창업동아리 출신 학생들은 대학에 가면 실무에 밝아 오히려 인문계 출신보다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특히 CEO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취업을 하더라도 일반사원들과는 일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