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인 RBC캐피털마켓의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가량은 연말 쇼핑 시즌에 가전제품 등의 구입을 자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쇼핑 시즌에 컴퓨터 휴대폰 등 전자제품 소비가 위축될 경우 관련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자동차 판매난도 갈수록 심해져 올 들어서만 자동차딜러 600여곳이 문을 닫았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위축은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고용을 줄인 결과이기도 하다. 9월 중 실업률은 5년 만의 최고 수준인 6.1%로 치솟았다. 경기침체로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13일 하버드 경영대학원 백주년 기념식에서 "가계와 정부의 높은 채무 부담이 미국을 경기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며 "실업률이 9%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실업률이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일본처럼 L자형의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주택시장 붕괴도 경기침체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신규 주택판매는 8월 중 8.3% 감소했고,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5% 떨어졌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됐으며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미 의회는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신뉴딜정책' 입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주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부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자는 계획이다. 규모는 1500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단행된 1차 경기부양책(1680억달러)에 버금가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대선 후 의회가 열리면 경기부양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