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에 따라 개성공단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 완화로 개성공단에 반입할 수 있는 첨단부품 및 기계설비 등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통일부 및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 따르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는 EAR 규정에 의해 미국산 부품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 10% 미만(가격 기준) 포함된 물품만 미 상무부의 승인 없이 반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서 이제 미국산 부품 비율이 25%를 넘지 않으면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개성공단기업협의회(회장 문창섭)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을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성공단 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첨단부품의 반입 문제가 해소돼 개성공단에서 첨단 부품 및 전자제품 생산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은 그동안 EAR 규정에 따라 길게는 1년 이상 미 상무부 승인을 받아 개성에 필요 부품을 조달하거나 미국산이 아닌 독일산 등의 부품과 설비를 구입해 공급하는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자부품 업체와 기계설비 관련 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팩스로 주고받고 있는 개성공단 현지법인과 국내 기업 간 원자재 대금결제 및 임가공비 등의 입·송금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구 우리은행 부부장은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서버 장비들은 IBM 등 미국산이 많다"며 "테러지원국 해제를 계기로 개성공단과 한국 간 송금체계가 인터넷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