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사태 달러 주도 세계경제 변화 시사
유로화·엔화 등으로 통화 다변화 하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확대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과 유로존의 공조로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그러나 화마가 완전히 제압됐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미국경제 상황에 특히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까닭은 그 때문이다. 금융불안을 잠재우려는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왜 안정을 되찾지 못하는가,또 이 쓰나미로부터 한국경제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관심사다.
우선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이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레이거노믹스로부터 시작된 뉴이코노미의 부작용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활동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진행돼 왔으며,그 과정에서 중산층이 파괴되고 많은 가계가 빈곤해 졌다. 그 결과 그린스펀의 저금리정책으로 급증된 모기지 계층의 원리금 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이다.
둘째,미국 이상의 경제규모인 유럽연합(EU)의 출현은 미국 주도적 세계경제 질서에 큰 수정을 가하게 했다. 지금 일시적으로 달러강세가 나타나고 있으나,미 달러는 이제 더 이상 안정통화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안정성 약화가 외채 의존적 미국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GM,포드 등의 자동차 기업조차 경쟁력을 상실한 채 금융 등의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에서 금융산업의 혼란은 미국경제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는 과정에서 상호의존성이 높아짐에 따라,세계경제의 중심축 격인 미국의 금융대란은 삽시간에 세계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대란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배경을 이렇게 정리할 때,현재의 혼란 상태는 좀더 진행될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미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미국발 금융대란의 파편을 맞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작금의 세계경제 혼돈이 기존 발전방식의 모순 및 세계경제의 재편성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므로 한국경제의 불안정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구조적 대응이 요망되지만,우선은 그 안정을 위한 단기적 임시방편적 대안부터 찾아보기로 한다.
첫째,환율안정과 관련해 살펴보면,원화에 대한 미 달러의 고평가는 달러의 실질가치가 반영된 게 아니라 달러 공급구조의 왜곡에 달러 투기수요까지 겹쳐 형성된 것이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일시적인 엔화 및 유로의 차입을 통해 아시아 및 유럽지역에의 유동성 수요를 충당시킨다면 달러의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이를 통해 원화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원화가치의 안정을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하며 원화가치의 저평가는 경상수지 흑자기조에 유리하다. 그런데 지금 세계시장은 불황의 그림자가 짙으므로 수출을 증가시키기는 쉽지 않다. 수입대체화의 촉진 내지는 수입활동의 효율화를 통해 수입이 억제되도록 하는 것이 용이하다. 소재,부품류를 중심으로 수입대체화를 추진하면 중소기업 육성 및 대일역조 축소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지금과 같은 지나친 달러의존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요 통상국가와의 교역에서 원화와 상대국의 통화를 공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경제가 미국경제와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한편으로 미국 중심적,달러 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