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유동성 최악은 벗어났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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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대출 아직도 하루짜리 거래에 의존
日ㆍ중국계 은행 국내대출 회수 움직임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이 은행 간 외화거래 때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내 달러 유동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이 은행 간 자금거래 때 정부 차원에서 보증을 서주기로 한 상태여서 우리 정부만 이를 외면하면 국내 은행들의 달러자금 경색 현상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어 조만간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달러 경색 여전히 심각
미국 영국 유로존 스위스 중앙은행 등이 금융회사에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발표한 지난 13일부터 외화자금 관련 일부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13일 뉴욕 자금시장에서 한국 정부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CDS(신용부도 위험) 스프레드는 326bp(1bp=0.01%)를 기록,지난 주말에 비해 41bp 하락했다. 또 14일 홍콩 등 아시아 자금시장에서 외평채 CDS 스프레드는 270bp 수준까지 하락했다. CDS 스프레드는 높아질수록 부도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이며 채권값은 떨어지게 된다.
은행들은 이 같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달러 자금난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은행 자금부장은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한 지금도 달러 대출은 오버나이트(하루짜리)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 롤오버(만기 연장) 비율을 협의하자고 하는데 비율을 대폭 낮추자고 하면 어떻게 맞출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강정원 행장은 "미국에서도 가장 건전하다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간에도 오버나이트 거래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은행의 사정은 오죽하겠냐"고 상황을 전했다. 외평채 CDS 스프레드 역시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전 135bp 수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일본ㆍ중국계 은행에 촉각
국내 은행들은 일본계와 중국계 은행의 달러 회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즈호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계 은행들이 1~3개월짜리 단기 차입금에 대한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1년짜리 장기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계 은행들은 특히 리먼브러더스와 AIG에 물린 금액이 상당해 달러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이번 주 들어 상환비율 조정 등을 놓고 일본계 은행과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 하는 달러 대출금은 각 은행별로 20억달러 수준,이 가운데 일본계로부터 빌린 돈은 각각 3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계 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달러 대출을 줄여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계 은행의 만기 연장 비율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은행들은 전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점 때문에 은행 간 달러 거래 때 정부 지급 보증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정부가 달러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에 나선다면 일본계나 중국계 은행의 급격한 회수는 줄어들 것"이라며 "전 세계적 정부 보증 추세에 한국 정부만 따로 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심기/박준동 기자 sglee@hankyung.com
日ㆍ중국계 은행 국내대출 회수 움직임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이 은행 간 외화거래 때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내 달러 유동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이 은행 간 자금거래 때 정부 차원에서 보증을 서주기로 한 상태여서 우리 정부만 이를 외면하면 국내 은행들의 달러자금 경색 현상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어 조만간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달러 경색 여전히 심각
미국 영국 유로존 스위스 중앙은행 등이 금융회사에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발표한 지난 13일부터 외화자금 관련 일부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13일 뉴욕 자금시장에서 한국 정부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CDS(신용부도 위험) 스프레드는 326bp(1bp=0.01%)를 기록,지난 주말에 비해 41bp 하락했다. 또 14일 홍콩 등 아시아 자금시장에서 외평채 CDS 스프레드는 270bp 수준까지 하락했다. CDS 스프레드는 높아질수록 부도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이며 채권값은 떨어지게 된다.
은행들은 이 같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달러 자금난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은행 자금부장은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한 지금도 달러 대출은 오버나이트(하루짜리)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 롤오버(만기 연장) 비율을 협의하자고 하는데 비율을 대폭 낮추자고 하면 어떻게 맞출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강정원 행장은 "미국에서도 가장 건전하다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간에도 오버나이트 거래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은행의 사정은 오죽하겠냐"고 상황을 전했다. 외평채 CDS 스프레드 역시 지난달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전 135bp 수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일본ㆍ중국계 은행에 촉각
국내 은행들은 일본계와 중국계 은행의 달러 회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즈호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계 은행들이 1~3개월짜리 단기 차입금에 대한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1년짜리 장기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계 은행들은 특히 리먼브러더스와 AIG에 물린 금액이 상당해 달러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이번 주 들어 상환비율 조정 등을 놓고 일본계 은행과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 하는 달러 대출금은 각 은행별로 20억달러 수준,이 가운데 일본계로부터 빌린 돈은 각각 3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계 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달러 대출을 줄여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계 은행의 만기 연장 비율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은행들은 전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점 때문에 은행 간 달러 거래 때 정부 지급 보증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정부가 달러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에 나선다면 일본계나 중국계 은행의 급격한 회수는 줄어들 것"이라며 "전 세계적 정부 보증 추세에 한국 정부만 따로 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심기/박준동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