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 예일대 총장 "위기 극복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신뢰"
이장무 서울대 총장 "지식공장서 지식실험실로 전환해야"

리처드 레빈 미국 예일대 총장은 "현 국제 금융위기는 팽배한 불신 때문에 악화된 측면이 있다"며 "대학들은 특정 기술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휴먼 스피리트(human spiritㆍ인간정신)를 강조한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빈 총장은 14일 서울대가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2회 세계총장포럼에 참석,국제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와 효율적인 대처 방안으로 대학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총장포럼은 서울대가 매년 세계 명문대 총장들을 초청,21세기 대학의 역할과 고등교육의 발전 방향 등을 토론하고 논의 내용을 공동선언문 형식으로 채택해왔다. 올해는 레빈 총장,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 총장,말콤 길리스 런던시티대 총장,스튜어트 맥커천 오클랜드대 총장,우치다 가츠이치 와세다대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레빈 총장은 "최근 미국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위험에 빠졌다"며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각국 정부들이 '인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정신은 인류가 위기 때마다 환경에 적응해 온 특유의 독창성을 의미한다. 레빈 총장은 "미국 정부가 막대한 구제 금융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상황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전 세계에 팽배한 불신 때문"이라며 "대학들은 특정 기술보다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인간정신은 올해 공동선언문에 키워드로 포함됐다.

고미야마 총장은 "지난 20세기가 '예측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의지의 세기'가 될 것"이라며 "강해진 인류의 능력 덕분에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은 인류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상업화에 힘써 온 인디라 사마라세케라 앨버타대 총장은 "최근 오일 쇼크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오일샌드 투자가 감소했다"며 "이처럼 대학은 사회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학이 변해야 하느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물으라"고 주문했다.

포럼의 좌장인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지식기반사회에서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대학이 지식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는 '실험실(Knowledge Laboratory)'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최민지 인턴(한국외대 3학년)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