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은 "호주와 유럽에 이어 미국 정부까지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 보증에 나선 만큼 우리 정부도 빨리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린 미국 워싱턴에서 1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는 정부 지급 보증이 없는 은행 간 자금거래 시장에는 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가 다 지급 보증을 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는다면 한국계 은행들은 단기 달러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컨대 씨티은행 입장에서 보면 미국 금융회사 간 거래에 대해서조차 정부 보증을 받는데 아무 보증도 없고 신용도도 더 낮은 한국계 은행에 돈을 빌려줄 이유가 있겠느냐"며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수동적인 조치이지만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행장은 "우리는 달러가 역외에서만 들어오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 간 거래뿐 아니라 해외 은행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보증을 해야 한다"며 "달러가 들어와야 수출 중소기업도 지원할 수 있고, 원ㆍ달러 환율에 대한 압력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정부 지급 보증이 외환보유액을 소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지급 보증 대상이 되는 거래는 길어야 일주일이고 대부분은 하루짜리"라며 "국내 은행이 부도만 나지 않으면 외환보유액이 들어갈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아시아 국가들은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각국의 지급 보증 조치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상황을 봐서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과 홍콩 등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 장관은 이어 "국내 은행들이 스와프시장을 통해서도 (달러자금) 해결을 못할 때는 정부가 해결해준다고 이미 약속했다"며 "그런 점에서는 대외적으로 이미 지급 보증이 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