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신라호텔은 눈길을 끄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세계 450여개 호텔을 회원으로 둔 세계리딩호텔연맹(LHW)이 홈페이지를 통해 1박에 50만원짜리 특급호텔에서 단돈 19.28달러(약 2만3300원)에 묵을 수 있는 선착순 이벤트를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신라호텔과 뉴욕 팰리스호텔 등 세계 100여개 특급호텔이 참여한다는 내용이어서 기자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벤트가 시작된 지난 1일 밤 9시,LHW의 홈페이지는 바로 먹통이 됐다. 전 세계에서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특급호텔에서 싸게 잘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접속을 시도한 사람이 많지만 성공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행사가 취소된 거 아니냐""서버가 다운된 거 아니냐""예약한 사람은 있느냐"….독자들의 전화,이메일 문의가 쇄도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열흘이 넘도록 신라호텔이나 LHW 측에서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던 것이다. 신라호텔에 예약 결과를 문의하니 LHW 본사에서 결과를 받아봐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한국·일본을 관할하는 LHW 도쿄지사도 같은 대답이었다.

묵묵부답이던 LHW 측은 지난 10일에야 홈페이지에 "서버에 문제가 생겨 예약을 받지 못했다. 사전등록을 한 사람들과 개별 연락해 예약을 받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LHW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13일 신라호텔 측은 "LHW 본사가 새로운 네트워크 대행업체를 구해 (서버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벤트를 다시 진행하되 17일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될 것"이라고 알려왔다.

특급호텔들이 선착순 초특가 행사를 벌인다면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릴 게 뻔한데 예상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중대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PC 앞에서 시간 낭비한 꼴이다.

최진석 생활경제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