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은행 부문 국유화를 실시한 것과 관련,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55)의 주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는 13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뉴저지 프린스턴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기쁘고,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영광"이라며 자신의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영국 정부가 이날 아침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 최대 은행 두 곳에 총 640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정책 우선 순위를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직접 자본 투입,금융사 간 대출에 대한 일시적 보증,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업 간접투자를 확대하는 것에 두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안은 최근 미 정부가 모두 채택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정책 수단을 통해 경제를 살린 후에는 의료보험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위기를 부른 요인을 지나친 규제 완화에서 찾아야 할지 혹은 개인들의 법적인 잘못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이 계속 커져가는데 이에 상응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기의 근저에는 개인들의 엄청난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탐욕 자체를 불법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규제도 탐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시장 붕괴가 결국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는 대목에서는 경고음을 분명하게 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점을 알았을 뿐 아니라 학문적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태가 부분적으로 올 것으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주택 관련 파생상품 구조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탓에) 금융사의 재무 구조가 이렇게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