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적 책임 '전도사'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지난해 10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연례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을 아직 잊지 못한다. 이 행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환경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했으나,회의 참석 후 환경경영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은행장과 보험사,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구동성으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당시 국내 금융사 CEO로서는 유일한 참가자였던 이 행장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국내 금융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귀국하면 지속가능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은행이 지난 3월 수립한 '대구은행 온실가스 감축 계획(DGB STOP CO₂ PLAN)'은 이 행장이 귀국 후 내놓은 지속가능경영 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우선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구 반야월지점 건물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또 에너지 절감을 위해 건물 내 모든 조명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꾸고 '사랑의 계단 오르기 운동'을 펼쳐 엘리베이터 작동을 최소화 했다. 이와 함께 본점과 전 영업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에너지에 대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표시해 전 임직원들이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친환경 여·수신 상품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5월 시작한 'DGB 친환경 기업자금 대출'은 대출 심사에서 거래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반영하고 있다. 국제 환경경영 표준인 ISO 14001 시리즈 인증을 받은 기업이나 대구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 '친환경 우수기업 평가'에서 60점 이상 얻은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정할 때 혜택을 준다.

지난 8월과 9월 두 달간은 대구시의 환경 개선 정도에 따라 예금 금리를 높여주는 'DGB 환경사랑 예금'을 4000억원 한도로 판매했다. 올해 7~12월 대구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 이하로 떨어지면 확정금리에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6.5%의 이자를 주기로 한 것이다.

대구시내 주요 공공기관의 건물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는 '솔라캐노피 조성사업'에 참가하고 지역의 환경산업 전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은 국내 은행 중에는 유일하게 한 해 경영성과를 담은 연례보고서에 탄소배출 감축 활동 등 환경경영 부문의 성과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 행장은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금융권과 지역 사회에 저탄소 녹색 성장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경영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