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부분적 은행 국유화 방침을 밝히는 등 세계 각국이 초강력 위기대책을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잦아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수그러들어도 금융부문의 불안이 앞으로는 실물부문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보여 향후 경제운용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도 성장률부터 걱정된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8~5.2%로 전망했지만 민간 예측기관들은 일제히 3%대의 저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민간의 예측대로 내년도 성장률이 3%대에 그친다면 이는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3%대 성장을 예상하는 측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점과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내수(內需)부진을 이유로 꼽는다.

문제는 수출은 외생변수 성격이 강해 인위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20.3%에서 내년에는 8.9%로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장기 침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내수의 경우 금융위기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경우 더욱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는 11만2000명(0.5%) 증가하는데 그쳐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정부의 목표인 20만명을 밑돌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르는 고용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 성장은 내수를 어떻게 부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추가적인 내수 부양 방안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본격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 등으로 연결되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유가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든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어차피 통화정책의 기조를 긴축(緊縮)에서 완화로 바꾼 만큼 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면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