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예산으로 운용되는 '모태펀드'의 출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4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1000억원 안팎의 투자조합(벤처펀드) 조성이 가능해져 100여개 중소.벤처기업이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하반기 예정된 모태펀드의 출자 규모를 당초 6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상향 조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올해 모태펀드 출자 규모는 상반기 집행실적을 합쳐 1900억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모태펀드와 민간펀드를 합쳐 1000억원 안팎의 투자조합을 추가로 결성할 수 있는 이번 조치로 100여개의 중소.벤처업체이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에 따른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투자조합은 업체당 평균 10억원 정도를 투자해왔다.

중기청은 또 투자조합에 투자하는 모태펀드의 출자 비율도 기존 30% 이내에서 40% 이내로 높이기로 했다. 민간펀드의 출자 규모 및 위험 부담을 줄여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투자조합(벤처펀드) 결성 규모는 총 5470억원으로 작년 동기(6471억원) 대비 19% 정도 감소했다.

아울러 홍석우 중기청장은 이르면 이달 말 국민연금,군인공제회,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연기금의 최고책임자나 자산운용 담당자를 직접 만나 벤처투자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이유로 최근 벤처펀드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등 연기금마다 벤처펀드 투자를 꺼리는 상태다.

이와 관련,조주현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미국의 경우 연기금의 벤처캐피털 시장 투자 규모는 전체 금액의 40%로,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며 "연기금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용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은 "현재 벤처캐피털 시장의 자금줄이 마른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모태펀드 규모가 커진다 해도 연기금 등의 투자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을 키워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 달성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기청은 모태펀드 출자조합이 투자한 기업 중 키코(통화옵션상품) 피해를 입은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이 공동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모태펀드 출자조합이 투자한 기업 중 키코 피해기업은 15개사(1550억원)로 파악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모태펀드(Fund of Funds)=개별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이 결성.운영하는 투자조합에 출자하기 위한 정부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