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대가 개최한 '제2회 세계총장포럼'취재는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세계총장포럼은 서울대가 매년 세계 명문대 총장들을 초청,21세기 대학의 역할과 고등교육의 발전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국제화를 추구해온 국내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는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 총장,말콤 길리스 런던시티대 총장,우치다 가쓰이치 와세다대 부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서울대의 '비밀주의'와 미숙한 행사진행으로 행사의 의미가 반감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올해의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총장들의 토론이 시작된 오후 1시50분.토론 장소인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플럼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행사 진행 요원에게 취재 요청을 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행사 주최 측은 "총장들끼리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동선언문 작성이 끝난 오후 4시30분.발표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던 레빈 총장이 영어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고,뒤이어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한국어 발표문을 낭독했다. 공동선언문에는 학제 간 융합지식 구축,국제화 등을 21세기 대학의 지향점으로 내세운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발표가 끝나자 9명의 총장,부총장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물론 행사 주최 측은 기자에게 질문 기회도 주지 않았다. 빠져나가는 레빈 총장과 고미야마 총장을 붙잡고 간신히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친절하게 답변을 했다. 그러나 서울대 관계자는 "모든 분들이 기다리는데 이렇게 질문을 해도 되느냐"며 기자를 가로막았다.

서울대의 철통보안 속에서 겨우 원하는 취재를 할 수 있었지만,국립대인 서울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거물급 인사들을 모셔온 행사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렸다. 포럼은 각국의 일류 대학 총장들이 모이는 국제행사였지만 행사진행 수준은 글로벌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대학총장 간 토론을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내년에는 좀 더 활짝 열린 세계총장포럼을 기대해본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