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조 '막가파식 원정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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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발주사 통해 사측압박하겠다" 출국
회사측 "같이 망하자는 물귀신작전…"
"누가 우리 회사 좀 도와주세요. 노조의 불법 파업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노동운동입니까,회사를 망치자는 거지…."
비정규직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륭전자 배영훈 사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1150일째 파업으로 회사 경영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노조원들의 불법 파업을 하루 빨리 종식시켜줄 것을 관계 당국,언론 등에 호소했다.
더욱이 노조원 6명이 이날 오전 주거래 업체인 미국 시리우스사에 직접 찾아가 원정투쟁을 벌이겠다며 출국한 데 대해 배 사장은 '같이 망하자'는 물귀신 작전이라며 황당해 했다.
◆타협 없는 투쟁만
기륭전자 사태가 장기화된 데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회 기륭전자 분회는 파견근로자와 계약직 7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노조 설립 직후인 2005년 7월부터 공장 1층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그해 9월에는 공장 점거에 나섰던 노조원 중 32명에 대해 파견회사가 해고통보를 하자 노조는 부당해고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5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6월 최종 확정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2005년 10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 혼재를 이유로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리고 법인과 대표자에게 각각 5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회사 측은 그후 파견을 완전도급 형태로 전환해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
하지만 노조의 정규직화 요구는 그치지 않았고 투쟁도 강경해져 갔다. 노조는 "회사 측이 불법 파견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회사가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문제가 어렵지 않게 풀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회사 측은 최근 노조와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노사협상 타결 직전 노조가 3년간 농성에 들어간 비용과 소송비용,정신적 위로금 등 19억원을 요구해 결국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민주노총 간부조차 "기륭노조는 못 말리는 조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권력 실종이 문제
기륭전자 사태는 정부의 공권력 실종이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 회사 측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관할 경찰서나 노동관서에 여러 차례 고발했으나 그때마다 개입을 꺼렸다. 배 사장은 "노조가 불법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도 경찰은 손도 대지 못한다"며 "경찰의 이런 미온적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역시 강건너 불구경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회사 측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난 뒤에야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만신창이된 회사 경영
회사 경영은 3년3개월여 만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위성라디오 내비게이션 셋톱박스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4년 매출액 1711억원,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하던 알짜회사였다.
그러나 노조 파업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447억원으로 급감했고 269억원의 적자가 났다. 그 사이 대주주는 아세아시멘트에서 세 번이나 바뀌었고 대표이사는 4명이 바뀌었다. 노조는 회사정문 앞 천막농성 외에도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사무실 집 고향을 찾아가 데모를 했다.
지난 5월 구로역과 서울광장 철탑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을 당초 예정보다 5년 정도 앞당겨 중국 쑤저우로 옮겼다.
윤기설 노동전문/이재철 기자 upyks@hankyung.com
회사측 "같이 망하자는 물귀신작전…"
"누가 우리 회사 좀 도와주세요. 노조의 불법 파업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노동운동입니까,회사를 망치자는 거지…."
비정규직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륭전자 배영훈 사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1150일째 파업으로 회사 경영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노조원들의 불법 파업을 하루 빨리 종식시켜줄 것을 관계 당국,언론 등에 호소했다.
더욱이 노조원 6명이 이날 오전 주거래 업체인 미국 시리우스사에 직접 찾아가 원정투쟁을 벌이겠다며 출국한 데 대해 배 사장은 '같이 망하자'는 물귀신 작전이라며 황당해 했다.
◆타협 없는 투쟁만
기륭전자 사태가 장기화된 데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회 기륭전자 분회는 파견근로자와 계약직 7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노조 설립 직후인 2005년 7월부터 공장 1층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그해 9월에는 공장 점거에 나섰던 노조원 중 32명에 대해 파견회사가 해고통보를 하자 노조는 부당해고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5월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6월 최종 확정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2005년 10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 혼재를 이유로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리고 법인과 대표자에게 각각 5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회사 측은 그후 파견을 완전도급 형태로 전환해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
하지만 노조의 정규직화 요구는 그치지 않았고 투쟁도 강경해져 갔다. 노조는 "회사 측이 불법 파견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회사가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문제가 어렵지 않게 풀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회사 측은 최근 노조와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노사협상 타결 직전 노조가 3년간 농성에 들어간 비용과 소송비용,정신적 위로금 등 19억원을 요구해 결국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민주노총 간부조차 "기륭노조는 못 말리는 조직"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권력 실종이 문제
기륭전자 사태는 정부의 공권력 실종이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다. 회사 측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관할 경찰서나 노동관서에 여러 차례 고발했으나 그때마다 개입을 꺼렸다. 배 사장은 "노조가 불법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도 경찰은 손도 대지 못한다"며 "경찰의 이런 미온적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역시 강건너 불구경하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다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회사 측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난 뒤에야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만신창이된 회사 경영
회사 경영은 3년3개월여 만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위성라디오 내비게이션 셋톱박스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4년 매출액 1711억원,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하던 알짜회사였다.
그러나 노조 파업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이 447억원으로 급감했고 269억원의 적자가 났다. 그 사이 대주주는 아세아시멘트에서 세 번이나 바뀌었고 대표이사는 4명이 바뀌었다. 노조는 회사정문 앞 천막농성 외에도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사무실 집 고향을 찾아가 데모를 했다.
지난 5월 구로역과 서울광장 철탑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공장의 모든 생산라인을 당초 예정보다 5년 정도 앞당겨 중국 쑤저우로 옮겼다.
윤기설 노동전문/이재철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