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이장ㆍ통장만 인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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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 눈가리고 아웅 '자경증명서' 구멍
눈가리고 아웅 '자경증명서' 구멍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쌀 직불금을 부당 신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감사원이 지난해 쌀 직불금 수령자 중 28만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비경작자'이고,그 중에는 4만여명의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관련 법개정을 통해 부재지주 수령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쌀 직불금이 뭐길래
쌀 직불금은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에 쌀을 구매해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에 폐지하면서 새로 도입한 제도다. 쌀 시장 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소득을 일정 한도 내에서 보전해주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지급 대상은 '농지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 경작하는 농업인'이다. 문제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소유자가 쌀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현행 법률은 쌀 직불금을 신청하면 해당 읍ㆍ면ㆍ동사무소 직원이 실제 자경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자경 확인서를 이장이나 통장이 작성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자경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는 미흡하다. 이 때문에 농지 소유주가 농사를 짓지 않고 대리경작을 해도 대리경작인과 합의하면 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농사의 상당 부분을 위탁해도 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부재지주가 일년 내내 농사 일에 매달리지 않고 추수 등을 기계를 소유한 다른 이에게 맡길 경우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탁영농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하는 점은 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현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자의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탈세 논란 등으로 확산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에 대해 감사원은 이날 "쌀 직불금 제도가 양도소득세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농지법 위반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간 100만원 남짓한 쌀 직불금을 받으려는 목적이 실제로는 탈세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현행 농지법은 1996년 1월1일 이후 농지 획득분에 대해선 농업인이나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경작자가 아닌 경우에는 매년 농지이용 실태조사에서 적발되면 1년 이내 보유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직불금을 수령할 경우 실제 경작자임을 증명하는 증빙서류가 될 수 있어 위장매입을 했더라도 농지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해 쌀 직불금이 이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지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선 8년 동안 자경을 해야 하는데,쌀직불금 수령실적이 자경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은 '진상규명' 한 목소리
여야 정치권은 이날 한 목소리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국회 진상조사특위 구성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철저한 조사와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자가 직불금을 신청했다면 그 문제도 밝혀야 하고,2005∼2007년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해간 사람들도 밝혀야 한다"며 "피아를 구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국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서라도 이 문제는 농민과 국민 입장에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직불금 불법 수령 공무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고위 공직자들의 직불금 수령 실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임명한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땅 투기 실태와 쌀 직불금 수령 여부를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강동균 기자 chihiro@hankyung.com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쌀 직불금을 부당 신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감사원이 지난해 쌀 직불금 수령자 중 28만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비경작자'이고,그 중에는 4만여명의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관련 법개정을 통해 부재지주 수령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쌀 직불금이 뭐길래
쌀 직불금은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에 쌀을 구매해주는 추곡수매제를 2005년에 폐지하면서 새로 도입한 제도다. 쌀 시장 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소득을 일정 한도 내에서 보전해주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지급 대상은 '농지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 경작하는 농업인'이다. 문제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소유자가 쌀 직불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현행 법률은 쌀 직불금을 신청하면 해당 읍ㆍ면ㆍ동사무소 직원이 실제 자경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자경 확인서를 이장이나 통장이 작성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자경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는 미흡하다. 이 때문에 농지 소유주가 농사를 짓지 않고 대리경작을 해도 대리경작인과 합의하면 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농사의 상당 부분을 위탁해도 쌀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부재지주가 일년 내내 농사 일에 매달리지 않고 추수 등을 기계를 소유한 다른 이에게 맡길 경우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탁영농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하는 점은 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현지 읍ㆍ면ㆍ동사무소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자의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탈세 논란 등으로 확산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에 대해 감사원은 이날 "쌀 직불금 제도가 양도소득세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농지법 위반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간 100만원 남짓한 쌀 직불금을 받으려는 목적이 실제로는 탈세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현행 농지법은 1996년 1월1일 이후 농지 획득분에 대해선 농업인이나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경작자가 아닌 경우에는 매년 농지이용 실태조사에서 적발되면 1년 이내 보유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직불금을 수령할 경우 실제 경작자임을 증명하는 증빙서류가 될 수 있어 위장매입을 했더라도 농지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해 쌀 직불금이 이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지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선 8년 동안 자경을 해야 하는데,쌀직불금 수령실적이 자경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은 '진상규명' 한 목소리
여야 정치권은 이날 한 목소리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국회 진상조사특위 구성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철저한 조사와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자가 직불금을 신청했다면 그 문제도 밝혀야 하고,2005∼2007년 직불금을 부당하게 수령해간 사람들도 밝혀야 한다"며 "피아를 구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국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서라도 이 문제는 농민과 국민 입장에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직불금 불법 수령 공무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고위 공직자들의 직불금 수령 실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새로 임명한 고위 공직자를 포함해 땅 투기 실태와 쌀 직불금 수령 여부를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강동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