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내버려 두는 시절은 지나갔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다. 미국 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메시지들이 빠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공화당 의원들까지 "월스트리트의 탐욕" "약탈을 일삼았던 금융회사들" 등의 말을 쉽사리 내뱉으면서 미국경제의 기초철학이 수렁에 빠져들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수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러한 와중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금융위기가 자본주의 위기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자본주의 본연의 가치에서 멀어져 그 순환시스템을 배신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자본주의란 경쟁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진취적 기업가에게 최고의 영광을 선사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정직한 자본주의'를 위해 필요한 원칙들은 뭘까.

첫째는 투명한 자유시장이다. 소비자는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암묵적 개입으로 투자와 보상이 모호해지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미국 정부의 윙크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유혹 당한 결과를 보라.

둘째는 통화의 권위다. 통화는 사회구성원과 정부 사이에 맺어진 도덕적 계약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신뢰에 기반해 가치가 축적된 물질이다. 급격한 물가 상승은 근로자의 구매력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축적한 가치를 갉아먹어 통화의 권위는 손상된다.

셋째는 건강한 금융시스템이다. 대체 무엇이 세계적 거대은행과 투자자들을 칩을 한 바구니에 쌓아놓고 위험천만한 카지노 게임에 뛰어들게 했는가. 금융파생상품이란 국가 간 통화이동과 금리 불일치,규제불균형 등 세계경제가 지닌 변동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는 생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주의 투자개념을 농락했다.

넷째는 책임감과 규제다. 규제가 부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감 있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적절한 규제가 있되 기본적 권리인 경제적 자유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개척자를 위한 기회다.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을 일으키는 용기,납세를 통한 국가기여,좋은 상품과 서비스 공헌 등은 모두 개척자들이 이뤄낸 것이다. 자유는 선택이고 선택은 곧 책임이다. 책임 있고 정직한 노력은 보상받는다. 자본주의 도덕을 회복하려 한다면 이보다 중요한 시작점은 없다.

사르코지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개인의 소망을 전 인류를 위한 희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밀려드는 이민자들에게 미국은 아무것도 건네지 않았다. 단지 "오라,모든 것이 네게 주어질 것이다""오라,이곳에서 네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가진 용기와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다.

글=경제학자 주디 실턴
정리=김영주 인턴 cocomono@hotmail.com

◇이 글은 국제통화체계의 회복을 다룬 'Money Meltdown'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주디 실턴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자본주의자 선언(A Capitalist Manifesto)'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