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조용한 개혁' 바람 일으키는 박 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최근 대학가에선 한국외대의 '조용한 개혁'이 화제다. 학과 구조조정,교직원 성과급제 도입,교수 평가제 정착 등 쉽지 않은 개혁들을 큰 잡음없이 척척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신설로 폐지되는 법대 정원을 활용해 기존 경영학과의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 '글로벌 경영대학'으로 승격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학과 체제였던 중국어와 일본어 전공을 단과대로 분리 독립시켰다. 이달부터는 교직원 성과급제를 전격 도입했다. 10여명에 불과한 학과를 통폐합하는 데도 학교 전체가 시끄러운 한국 대학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외대의 개혁은 신기할 정도로 조용하다. 올해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박철 총장(60)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교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학제개편은 쉽지 않은 문제로 생각된다. 개편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나.
"작년엔 어려웠지만 올해는 전혀 잡음이 없었다. 솔직히 일본어 전공의 단과대 승격은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어가 중요하니 단과대로 독립시키자고 했다. 예상 밖이었다. 중국어 대학 신설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상당한 성과다. "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학제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내 컨센서스다. 각 단과대 교수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은 것이 주효했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 "

▶단과대학으로 독립되면 무엇이 장점인가.

"독자적 추진력이 생긴다. 전공별로 특색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중국어 대학에는 중국어,중국 문화,지역학 등 세 가지 전공이 포함된다. 단순히 언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중국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 이는 외국어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이다. "

▶올해 신설된 글로벌 경영대학의 특징은 무엇인지.

"기존 경영학과와 다른 점은 해외 경영학을 심화하고 특화시킨 점이다. 과거에는 중국 관련 경영학 수업을 중국어 전공에서 가르쳤다. 이제는 각 지역별 경영 관련 수업을 글로벌 경영대학에서 진행하게 된다. 전혀 새로운 커리큘럼을 짜는 중이다. 정원도 110명에서 140명으로 늘려 보다 많은 학생들이 경영학을 이중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

▶지난 10일부터 전 교직원에 대한 성과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는데.

"국내 대학 중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은 우리가 최초다. 지난 1월 인사평가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해 3월부터 노사 협의를 거쳤다. 여름방학 동안 직원들로만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이 수정안을 내놨고 9월 중 의견 수렴을 마쳤다. "

▶교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평가는 누구나 싫어한다. 하지만 교수들이 솔선수범해 평가제를 시행해 왔기 때문에 교직원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 아닌가. "

▶교수 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논문 업적,봉사,강의,연구 등 다양한 기준이 있다. 일단 단과대학별로 성과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올해 1등은 법대,동양어대,동유럽대가 차지했다. 학생수에 따라 상금을 주는데 많은 경우 4000만~5000만원 정도 된다.

이를 가지고 학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컨대 동유럽대는 상금으로 일본 대학을 벤치 마킹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교수 개인별로 연봉 차이가 큰가.

"그렇다. 연구 논문 실적에 따라 최대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

▶해외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교수에게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교수들의 국제화를 위해 추진 중이다. 교수들이 먼저 해외를 알아야 학생들에게 첨단 지식을 가르칠 수 있다. 개인 돈으로 해외 학술 대회에 참가하면 최소 200만~300만원의 빚을 진다. 학교가 100만원만 지원해도 부담이 줄어 든다. 작년엔 250명 정도 지원했다. 올해는 예산을 작년의 두 배인 40억원으로 늘렸다. "

▶최근 미국 UC 버클리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추가 계획도 있는지.

"내년부터 학부생은 10~15명,대학원생은 4명 정도를 보내게 된다. 교환학생 선발 권한은 우리 대학에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6곳을 방문했다. 버클리대 외에 다른 대학 몇 곳과도 서류를 교환하고 있다. 뉴욕대(NYU),컬럼비아대,예일대,브라운대,보스턴대,존스 홉킨스대 중 몇 군데와 학술교류협정이 가능할 것 같다. "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7+1'제도는 무엇인가.

"'7+1'은 4년 8학기 가운데 1학기는 외국 대학에서 유학하는 제도다. 작년에만 400명의 학생들이 해외로 떠났다. 올 2학기에는 2007학년도 전체 입학생의 상위 10% 전원을 해외에 보낼 계획이다. 해당 학생수가 500명으로 늘어난다. 학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졸업생들을 만나면 요즘 대학생들은 학교 다닐 맛이 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

▶송도캠퍼스는 잘 진행되고 있나.

"막바지 작업 중이다. 규모는 6만6116㎡ 정도다. 캠퍼스에는 영어 기숙사,한국어 문화 교육원,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 등이 들어선다. 외국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송도 캠퍼스는 해외 대학들과 더 많은 교류 협력을 위해 중요하다. "

▶획기적인 대학생 인턴제가 눈길을 끈다. 한국경제신문에도 외대 학생들이 인턴기자로 6개월간 근무 중이다.

"해외에 학생 인턴 파견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외교부와 협정을 맺고 6개월간 학생들을 해외 공관에 파견하고 있다. 현재는 한 학기에 30명을 보내지만 내년부터 100명으로 늘려 한 해에 200명을 보낼 계획이다. 외교부에서 한 달에 80만원씩 지원하고,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최근 미국 조세국에서도 우리 학생들을 받아주기로 했다. "

글=정태웅/성선화 기자

/사진=임대철 인턴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