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비준ㆍ규제개혁 민주당 협조해야"

"한국은 적어도 2∼3년 이상 저성장과 민생고가 불가피하다. "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사이클에 들어갔다. "

조순 전 경제부총리,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경제 원로들이 16일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민주당이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경제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다. 원로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당이 금산분리 완화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민생경기 부양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저성장ㆍ장기침체 시대 온다

박 전 한은 총재는 "현재의 금융 위기는 깊은 터널을 통과 중이고,이게 완전히 통과되려면 1,2년 더 가야 된다"며 "이는 당연히 실물경기 침체로 나타나는데 지금은 초입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은 적어도 2∼3년 이상 저성장과 민생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저성장ㆍ고물가의 장기침체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부총리는 "이번 금융 위기는 과거에 비해 파장이 더 길고 어느 정도까지 저성장 위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추가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환율 문제는 상당히 길게 보고 왜 이렇게 됐느냐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고 앞이 안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경제 원로들은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한 전 총리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 관한 규정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도 "경쟁과 효율을 촉진하는 규제 개혁은 과감히 하면서 개방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축소시키거나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한ㆍ미 FTA 비준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념이라는 굴레에 부딪혀 정책 활용에 제한을 받는다면 이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안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민생안정 우선 정책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서민생활을 위한 경기부양은 계속해야 하고 민주당도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FTA도 빨리 통과시키고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도 완화에도 민주당이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전 정권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도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과감한 변신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