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는 16일 임금동결을 포함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평일 근무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주말인 토요일에도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다. 연수성 해외출장도 금지키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환율 급등,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비상경영을 공식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긴급 경영점검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외부에 알리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조정을 포함한 포괄적인 구조조정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주말도 출근"…비상경영

실제로 비상경영을 공식 선포한 쌍용양회뿐 아니라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가동 중단이나 인력 감원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유연탄 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 이상 오르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쌍용양회,성신양회,현대시멘트 등은 최근 시멘트 가격을 t당 25~27%가량 인상했다. 하지만 적자를 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한광호 쌍용양회 노조위원장은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노사를 떠나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진그룹은 최근 일요일마다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유경선 유진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 미국 금융위기 등 각종 대내외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룹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항공ㆍ해운은 사업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름을 아끼기 위해 도서,승무원 휴대품 등 기내탑재품을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노선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고유가 및 고환율에 따른 비용 증가와 항공 수요 감소로 인해 이달 26일부터 12개 노선을 감편하는 등 일부 노선을 조정한 것.

저가 항공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성항공은 지난 8,9월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하고 기내물품과 청소 등 용역을 제공하는 지상조업 업체에도 수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공항사용료도 미납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항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출범한 영남에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운업계도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 코스코,일본 K-라인,대만 양밍,국내 한진해운 등 4개사로 구성된 'CKY얼라이언스'는 이달 중순부터 아시아~지중해 항로(EMX)의 운항을 중단키로 한데 이어 아시아~터키항로(ADX)의 선복(화물적재능력)을 대폭 감축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8000TEU급 선박이 투입되는 항로 6~7개 정도는 운항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다"…감산 돌입

철강시장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수출 비중이 높은 H형강 등의 생산량을 4분기부터 10만t가량 줄일 방침이다. 동국제강 역시 내부적으로 감산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도 지난 7월부터 스테인리스 제품을 20% 정도씩 줄여 생산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계 역시 향후 디스플레이 경기를 감안해 생산량을 10~20%씩 줄이고 있다.

반도체 시황은 최악이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청주와 이천,중국 우시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8인치(웨이퍼 크기 200㎜)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김동민/안재석/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