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화 <레이크우드CC 대표 ryccgm@paran.com>

시나브로 국화 향기 그윽한 계절이다. 많은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아름다운 국화의 자태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비단 사람의 수고로움으로 커 가는 게 어디 국화뿐이랴.바로 골프장 잔디도 국화처럼 사람의 정과 사랑을 무수히 원하는 그런 대상이다.

두 아들을 둔 어느 노인의 이야기가 있다. 첫째 아들은 짚신 장수,둘째 아들은 나막신 장수다. 노인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짚신 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나막신 장수 아들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다. 하루도 맘 편할 날 없이 자녀 걱정을 하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부모의 마음이나 골프장에서 잔디를 가꾸는 관리자들의 마음이나 매한가지라 생각한다.

골프장에서 주로 이용되는 잔디는 한국 잔디와 서양 잔디 두 종류다. 한국 잔디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생겨나 들판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골프장에서는 넓은 페어웨이 등에 심어져 있고, 비단같이 고운 서양 잔디는 그린과 같이 비교적 중요한 부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잔디의 생육 환경이 서로 반대라는 점이다. 그래서 골프장의 잔디 관리자는 각각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노인과 같이 늘 걱정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한여름에는 서양 잔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추운 겨울이 되면 한국 잔디 걱정으로 마음을 졸인다. 서양 잔디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 고사되기 쉽고,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엔 한국 잔디가 냉해로 고사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사에도 이 같은 현상이 간혹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긍정적인 사고와 열린 마음으로 매사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신선한 날씨에는 서양 잔디가 잘 자라서 좋고 무더운 날씨에는 한국 잔디가 잘 자라서 좋다는 쪽으로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해놓고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는 더운 날이 많았다. 덕분에 한국 잔디의 생육이 매우 좋다. 양분을 충분히 저장한 채 다가오는 겨울을 나면 내년 봄에는 최고의 한국 잔디를 기대할 수 있을 터다.

어르신님!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 아들이 있어 얼마나 행복하우? 사업이 분산돼 있으니 장마가 오건 안 오건 최소한 가족 전체가 굶는 일은 없으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