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국제중 개교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국제중 설립 동의안에 대해 '사회적인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고 준비가 미흡하다'며 보류 처리한 지 하루 만이다.

국제중 입학을 준비해 온 학생ㆍ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국제중 설립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민의 주된 관심사인 특성화중학교(국제중) 지정 동의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그러나 시교육위가 특성화중학교 지정ㆍ운영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므로 당초 계획했던 대로 2009년 3월1일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시교육위 심의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즉시 보완책을 만들어 다시 제출하겠다"며 "시교육위의 10월 정례회(10월20∼31일)에서 이를 재심의ㆍ의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부교육감은 "어젯밤 늦게까지 고민해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청와대ㆍ교과부 등과의 교감은 없었으며,그동안 준비해 온 학생ㆍ학부모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시교육위가 10월 말 정례회에서 동의해주면 내달 6일 전형요강을 승인해 내년 3월 국제중의 개교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물리적으로 모집전형요강 공고ㆍ학생 선발 등을 실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위가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을 바꿔 동의를 해 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전날 국제중 동의안 심사를 주관한 한학수 소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1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구나 찬성파는 수적으로도 열세다. 현재 시교육위원 15명 중 국제중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은 박명기ㆍ이부영ㆍ최홍이 3명이다. '내년 3월 국제중 개교'에 대한 찬성 입장은 이상진ㆍ강호봉 위원 등 2∼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위원들은 당초 찬성 쪽에 가까웠지만 '내년 3월은 무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안이 처리되려면 적어도 6명 이상의 찬성 의견을 확보해야 한다. 강호봉 위원은 "미비한 내용을 보완하면 언제라도 다시 논의할 수 있지만 15일에도 원래 '찬성' 입장이던 의원 중 다수가 '보류'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해 동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명분도 적다. 시교육위가 안건을 '보류' 처리한 이유인 '사회적 여건의 성숙'과 '학교 개교 준비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사 채용ㆍ재단의 재정 확보ㆍ커리큘럼 재구축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사항을 며칠 만에 얼마나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부교육감은 시교육위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계속 설득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만 되풀이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