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16일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은 재래시장과 달리 그동안 매출 신장세를 유지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에까지 소비경기 악화가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침체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가전 가구 등 내구재에서 감지되던 불황의 모습은 의류나 식품 생활용품 등 생필품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불황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백화점이 지난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 흐름에 덜 민감한 상류층마저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줄곧 30%대의 증가율을 유지하던 백화점 명품매출은 9월에 24.7%로 둔화됐다.

백화점들은 지난달 의류 매출 감소가 늦더위에 따른 가을 신상품 구매 지연으로 보고 이달 가을세일(3~12일)에 대규모 기획ㆍ할인행사를 집중적으로 벌였지만,결과는 지난해 가을세일에 비해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 부진을 '더운 날씨' 탓으로 돌렸던 백화점 관계자들은 이달에도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경기침체로 인해 중상층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백화점의 가구 가전 등 내구재 소비 부진은 더 심각하다. 건설ㆍ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가을철 이사 수요가 떨어지면서 가정용품 매출이 지난달 9.7%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두 자릿수의 매출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의류가 19%나 줄었고 가구 가전 잡화 등이 모두 1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 서민과 중산층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대형마트 매출의 절반을 웃도는 식품 판매도 8.2%나 줄어 '덜 먹고,덜 입고,덜 쓰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데다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인한 심리적 불안까지 커져 소비자들이 피복비와 식비 지출까지 계속 줄이고 있다"면서 "신규 고용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소비 부진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서민과 중산층의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소득세율 인하와 같은 기존의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특히 장기 소비 부진의 최대 원인인 고용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태형/류시훈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