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연 6.30%에 발행하겠다는 은행이 있지만 시장에서 받아주는 데가 없습니다. "

은행들이 고시금리를 훌쩍 넘는 금리를 제시해도 3개월물 CD가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속에 은행들의 신용리스크가 커지면서 CD를 인수하겠다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3개월물 CD의 금리가 3개월물 은행채 금리인 6%대 중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개월물 CD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다.

특히 은행들이 CD에 붙이는 가산금리까지 크게 올리고 있어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비명을 지를 판이다.

◆"6% 중반까지 오를 수도"


16일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3개월물 CD금리는 연 6.08%로 전날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지난 9월 말의 연 5.83%에 비해 보름여 만에 0.25%포인트 급등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리는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개월물 CD의 금리는 이날 연 6.68%까지 올랐다. 만기가 3개월 남은 은행채도 연 6.25% 정도에 금리가 형성돼 있다. 평소 3개월물 CD 금리는 3개월 은행채 금리보다 0.05% 정도 높게 형성돼 왔다.

안승환 우리은행 부부장은 "증권업협회가 고시하는 3개월물 CD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게 나온 것은 은행들이 매달 원화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발행을 꺼려 물량이 적은 데다 지난달 중순 이후 인수하고자 하는 곳이 없어져 금리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자본시장에서의 CD 발행액은 이달들어 15일까지 50억원으로 지난 5월 1조 5000억원의 1%에도 못미친다.

CD를 발행하려는 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실제 외국계 모 은행은 지난 15일 시장에 연 6.30%에 CD를 발행하겠다고 오퍼를 냈지만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원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CD를 발행하려 할 경우 3개월물 CD 금리는 6%대 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은행채와 CD금리 간 격차가 메워져야 실제 발행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연초보다 2%P 상승

CD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붙이는 가산금리까지 올라가고 있다.

지난 3월 초 연 5.17%였던 CD금리는 6개월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오른 상태다. 또 연초에 평균 1.3%포인트가량이었던 가산금리는 현재 1.8%포인트 이상으로 평균 0.5%포인트가량 인상됐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자제하면서 본부 승인금리를 받아 금리 할인 혜택을 받는 고객도 거의 사라졌다. 연초에 비해 신규 대출자들은 2%포인트 가까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의 강남지역 지점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서로 금리를 깎아주면서 고객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사라져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연초에 비해 1.5~2%포인트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이나 3년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최근에 만기가 돌아오는 고객들의 고통은 더 크다. 최초 대출을 받을 때에는 대출금리가 연 5%대였지만 지금은 연 7.5~8% 정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 전에는 없었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대출한도가 줄어 일부 대출액은 상환해야 하는 부담까지 받고 있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