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탕ㆍ냉탕'주가 … 이번주만 세번째 발동

'산넘어 산' … 美증시 따라 변동성 커져


애널들 "피곤해 죽을맛" … 개인 "이젠 무감각"

주식시장이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이 극심한 피로감에 휩싸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6일 126.50포인트(9.44%)나 빠진 1213.78로 연중 최저치는 물론 2006년 6월13일(1203.8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날 지수 하락폭은 국내 주식시장이 문을 연 이후 가장 컸고,하락률도 2001년 9월(-12.02%)과 2000년 4월(-11.63%) 이후 역대 3번째로 컸다.

구제금융정책에 대한 불신과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도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인과 기관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6300억원이 넘는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초토화됐다.

개장 직후엔 올 들어 8번째(코스닥시장은 10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 13일과 14일엔 선물지수가 폭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호가'를 정지시킨 사이드카 휘슬이 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 증시는 그야말로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 장중 기록한 코스피지수 고점(1367)과 저점(1205)의 차이는 무려 162포인트에 달한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초 국내 증시가 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경기나 기업이익 등 기본적인 증시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속도 역시 빨랐다"고 분석했다.

지수뿐 아니라 개별 종목들의 변동성도 확대돼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식시장의 온도 변화는 더 확연하다. 통상 움직이는 폭이 큰 중소형주들뿐 아니라 대형주들의 변동성도 크게 벌어졌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하루 등락률을 평균한 변동성이 대형주지수의 경우 작년 12월 5.7%에서 이달 들어선 6.3%로 높아졌다. 이는 중소형주지수(7.31%)와 소형주지수(6.35%)의 이달 변동성과 맞먹는 수준이다.

개별 종목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성이 같은 기간에 4.8%에서 8.9%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 달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내리는 폭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하루하루 증시 움직임이 급변하면서 주식시장 관계자들의 피로감도 커져가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변수가 등장할 때마다 지수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출렁임을 반복하고 있어 전망은커녕 보고 있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포스코 같은 대표 종목들이 하한가를 맞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시장 상황이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어 시장을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라고 전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 반영된 점이 없지 않지만,주요국 증시가 50% 가까이 급락했는데도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아 주가가 급락해도 개인투자자들이 "이젠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 용어풀이 ]

◇사이드카=선물가격이 5%(코스닥은 6%) 이상 급등락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시장안정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