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차단 '선제대응'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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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 거래 정부보증·예금보호 확대 등 … 美·日·EU 등 이미 시행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쑥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1000원 근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언저리까지 폭등했다. 지난해 10월 2000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폭락을 거듭해 1200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 및 자금시장에선 정부 채권을 제외한 은행채 회사채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금리가 급등해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작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금융회사들에 문제가 없고,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는 입장만 강조할 뿐 세계 각국이 앞다퉈 단행하고 있는 예금 전액 보장이나 은행간 거래의 정부 보증 등의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면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유동성이 급속히 말라버리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미국 유럽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보증을 서 주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국내 은행들이 단기 달러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간 달러 거래 때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도 "한국은 아직 뱅크런의 가능성이 없다지만 지방의 소규모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은행 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국이 단행한 예금 전액보장 조치는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취한 것이다. 지금 그런 조치를 내놓는다고 해서 '한국에 문제가 생겼구나'하고 의구심을 품을 곳은 없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얘기다.
금융위기에서 비켜서 있는 일본마저도 "필요한 경우 모든 은행의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달러를 더 풀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키로 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제껏 150억달러만 시장에 내놓았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에 이른다는 '자랑'만 늘어놓을 뿐 '과감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아무 일 안 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한은은 지난해 7월과 8월,그리고 올해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 기간 중 금리를 내렸는데도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며 거꾸로 갔다. 지난 9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현재 연 5.00%)한 것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시장성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유동성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15일 한국 주요 은행들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추이를 봐 가며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치는 당장 16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금융회사들을 코너에 몰고 다시 시장의 악재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위기 국면에선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적에 정부가 귀기울여야 할 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쑥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1000원 근처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언저리까지 폭등했다. 지난해 10월 2000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폭락을 거듭해 1200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 및 자금시장에선 정부 채권을 제외한 은행채 회사채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금리가 급등해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작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금융회사들에 문제가 없고,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는 입장만 강조할 뿐 세계 각국이 앞다퉈 단행하고 있는 예금 전액 보장이나 은행간 거래의 정부 보증 등의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조금 더 지속되면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의 유동성이 급속히 말라버리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미국 유럽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보증을 서 주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국내 은행들이 단기 달러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간 달러 거래 때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도 "한국은 아직 뱅크런의 가능성이 없다지만 지방의 소규모 금융회사가 무너지는 일이라도 벌어지면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은행 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국이 단행한 예금 전액보장 조치는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취한 것이다. 지금 그런 조치를 내놓는다고 해서 '한국에 문제가 생겼구나'하고 의구심을 품을 곳은 없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얘기다.
금융위기에서 비켜서 있는 일본마저도 "필요한 경우 모든 은행의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달러를 더 풀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키로 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제껏 150억달러만 시장에 내놓았다.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에 이른다는 '자랑'만 늘어놓을 뿐 '과감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아무 일 안 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한은은 지난해 7월과 8월,그리고 올해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 기간 중 금리를 내렸는데도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며 거꾸로 갔다. 지난 9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현재 연 5.00%)한 것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시장성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유동성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15일 한국 주요 은행들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추이를 봐 가며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치는 당장 16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금융회사들을 코너에 몰고 다시 시장의 악재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위기 국면에선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적에 정부가 귀기울여야 할 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