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곰이 경험많은 사자를 잡았다.

두산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특유의 발야구를 펼쳐보이며 8-4 역전극을 연출해냈다.

이에 따라 두산은 2004년 플레이오프와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당한 포스트시즌 7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역대 24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은 18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 플레이오프 승리확률이 75%에 이른다.

경기 초반은 삼성의 분위기였다.
삼성은 3회초 신명철이 유격수쪽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박한이가 좌전안타, 조동찬은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이어 '가을의 사나이' 양준혁이 깨끗한 우전안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진갑용도 우전안타를 날려 2-0으로 앞서며 두산 선발 김선우를 강판시켰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삼성은 최형우가 바뀐 투수 이혜천으로부터 몸맞은 공으로 걸어나가 3점째를 뽑았고 1사 뒤 채태인이 우익수쪽 희생플라이를 날려 4-0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곰의 뒷심은 대단했다.
4회말 두산의 오재원이 중전안타, 김현수는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든 두산은 김동주가 우익수플라이로 아웃됐지만 홍성흔이 외야플라이를 날려 1점을 만회했고 2사 뒤 고영민이 우선상 3루타, 이대수는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려 3-4로 추격했다.

반격의 실마리를 잡은 두산은 5회말 바뀐투수 정현욱을 상대로 전상열과 이종욱, 오재원이 연속 3안타를 날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은 7회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두산은 삼성의 세번째 투수 권혁으로부터 이종욱과 오재원이 연속 볼넷을 골라 역전 찬스를 잡았다. 투수가 안지만으로 교체됐지만 그는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두산은 무사 만루에서 김동주가 짧은 외야 플라이를 쳤지만 3루 주자 이종욱이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어 5-4로 전세를 뒤집었고, 홍성흔의 내야땅볼로 1점을 보탠 뒤 삼성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속에 추가점을 올려 7-4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8회에는 이종욱의 우월 3루타로 1점을 더해 쐐기를 박았다.

이날 삼성이 기록한 실책은 3개. 하지만 발 빠른 두산 타자들은 삼성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 2∼3개까지 놓치지 않고 파고든 끝에 발로 이뤄낸 역전승을 만끽했다.

1차전을 역전 드라마로 만든 두산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 삼성 수비를 흔들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삼성은 두 번의 실수는 없다며 원정경기를 1승1패로 만들어 대구로 곰을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맷 랜들을 삼성은 존 에니스를 각각 2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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