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경제학'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이무열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99쪽/ 1만3800원

경제학자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게 신약을 승인하는 것이 잘못된 인센티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관찰해왔다. 혹시라도 승인된 처방약이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모든 비난을 뒤집어 써야 하는 반면 안전한 신약임에도 착오로 승인하지 않아 사람들이 죽었을 때는 유유히 궁지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FDA로서는 잘못된 인센티브에 대해 당연한 반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발칙한 경제학>>에서 경제학자 랜즈버그가 이런 경우에 내놓은 처방은 한마디로 상식을 뒤엎는다. 부분적인 해결책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FDA 위원들에게 제약회사의 주식을 보수로 지불하라고 말한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그렇게 하면 약을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것에 대해 비용과 편익을 두루 생각하지 않겠느냐는게 저자의 논리다.

그는 또 대통령에게는 여러 지역에 분산된 땅을 급료로 주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는 점을 떠올려 보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살고,또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할 것이니 최고의 척도는 땅값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 되면 더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곧 대통령의 인센티브가 된다는 얘기다.

심지어 60세 노인들에게 사회보장정책에 대한 투표권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편익밖에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비용과 편익을 모두 생각하는 18세짜리가 정책결정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상관관계(trade-off)를 아는 그런 유권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이 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문란한 성생활이 에이즈의 주범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절제심이 강한 몇몇 때문에 에이즈가 더 확산될 위험에 처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제('More Sex is Safer Sex')는 여기서 따왔다. 아들보다 딸들이 이혼을 유도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고,미국 금융위기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미국민들의 과소비를 질책하듯 구두쇠의 미덕을 찬양하는 등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얘기들로 넘쳐난다.

마치 경제학이라는 동물원에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맹수가 우리를 뛰쳐나와 온천지를 도발적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지만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이나 도덕관념이 부정 당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논리에 수긍이 간다면 그런 관념이 시장이나 우리의 행동을 왜곡해 왔다는 뜻일 것이다.

<<안락의자의 경제학>>(The Armchair Economics,국내에서는 '런치타임 경제학'으로 소개됐다)으로 이른바 교양경제학 시대를 연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이 도표나 그래프에 갇힌 칙칙한 학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임을 보여주는 논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다름 아닌 비용과 편익,이에 반응하는 인센티브,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spill-over)와 같은 개념들이다.

뒤집어 말하면 저자는 우리가 이런 개념들만 제대로 이해하더라도 복잡하게 느껴지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그만큼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