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위를 덮어 공원을 만드는 서울 서초구의 역점 사업을 발표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청 브리핑룸을 찾은 박성중 서초구청장(50)의 오른팔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다쳤느냐고 묻자 "테니스 앨보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매일 새벽 테니스를 하거든요. 근육에 무리가 갔는지 앨보에 걸렸네요. " 이어 "팔이 아픈데도 테니스를 하느냐"고 질문하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물론이죠"라고 답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차츰 괜찮아진다고 합니다. "

박 구청장이 이처럼 테니스에 푹 빠진 것은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그는 2006년 7월 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구 현안을 챙기느라 하루 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휴일에도 경조사와 이런 저런 행사에 참석하다 보니 건강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구청장이 되기 이전에는 등산이나 골프로 몸을 단련했지만 그런 짬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테니스였다. "등산을 하려면 반나절은 걸리고,골프는 하루종일 시간을 뺏기잖아요.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그런데 테니스는 새벽에 1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하거든요. "

물론 운동 효과도 만족스럽다. "보기엔 공만 쳐넘기는 것 같지만 굉장히 격렬한 운동이에요. 테니스만큼 전신운동 효과가 큰 운동도 없어요. 땀을 쏟고 나면 스트레스도 확 풀리죠."

테니스의 또 다른 장점은 구민과의 의사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테니스 경기를 하거나 운동 후 해장국을 먹으면서 구민들로부터 이런 저런 지역 민원을 듣는다. 요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재건축이다.

서울시와의 소통에도 테니스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일부 서울시 간부들은 테니스를 하기 위해 가끔 잠원동에 있는 잠원스포츠파크를 찾는다. 이때 맞춰 찾아가 운동을 하면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같이 땀 흘리고 나면 금방 친해져 대화가 잘 됩니다. "

그가 현재 서울시장과 테니스를 하면서 토론하고 싶은 주제는 원지동 화장장 건설 문제다. 서울시는 화장로 11기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박 구청장은 "5기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서초구에 서울시 전체 화장시설을 몰아서 설치할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나누어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일본 도쿄 같은 경우도 권역별로 설치해 자기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어요. 강남 4개구의 화장을 위해선 5기면 충분합니다."

그는 스스로의 테니스 실력을 중상급이라고 평가한다. 운동신경과 승부 근성을 타고난 탓에 구력은 2년밖에 안 되지만 20년 이상 테니스를 즐긴 사람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고 한다.

그가 운동하는 모습도 볼 겸,실력도 확인해 볼 겸 해서 14일 새벽 잠원동 잠원스포츠파크를 찾았다. 박 구청장은 구민 3명과 조를 이뤄 복식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서브 스매시 발리 등이 수준급인 듯했다. 마침 경기장 옆에는 2년째 그의 레슨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수 반포종합운동장 테니스 코치(41)가 있었다.

"구청장님 실력요. 글쎄요. 실질적인 구력은 2년 정도인데 구력 5년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승부 근성이 대단해서 빨리 늘더라고요. "

운동 후 해장국집에서 마주앉은 박 구청장은 테니스를 할 때마다 인생의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고 했다. "세게 치겠다고 힘을 주면 공은 여지없이 아웃됩니다. 몸도 망가지기 십상이지요. 힘을 빼고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죠.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일을 풀어 나가야 해요. 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밀어붙이면 안 되죠.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순리적으로 풀어 나갈 생각입니다. "

글=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