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없어…원화환율 올라 신규취득은 신중해야

개인사업을 하는 김경수씨(38)는 2년 전 미국 LA에 사둔 집 때문에 잠을 설치곤 한다. 그는 방 3개짜리 집을 40만달러에 사서 임대를 놓고 있다. 집값은 한때 55만달러까지 올라 수익률이 37.5%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37만~38만달러로 떨어져 원금을 밑돌고 있다. 집값 하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결정적이었다. 집값 거품이 빠지자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100%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해 대출회사들이 쓰러지면서 글로벌 위기로 이어졌다.

◆추가 하락 전에 처분 검토

이유가 어떻든 김씨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을 유학보낼 요량으로 투자목적을 더해 사둔 집이 이제는 골칫거리가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 집값이 반등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 값이 떨어져 고민 중이라면 당장 처분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일단 부실을 털어내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투자에 나서라는 얘기다. 김씨의 경우 집값 하락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환율이 올라 손해가 어느 정도 보전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는 원화가치의 하락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원달러 환율이 연초 대비 20~30% 올라 해외 부동산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20~3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부동산 가치하락에 따른 손해를 환차익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이 투자원금 이하로 떨어지면 양도차익 자체가 없어 양도세 부담이 없다. 40만달러에 샀던 집이 50만달러로 올라 팔면 10만달러에 대해 36%의 양도세를 우리 정부에 내야 한다. 3만6000달러가 세금이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20%가 아니라 12.8%가 된다. 집값 하락에 대한 위로가 될지 모르지겠만 일단 양도세 걱정은 사라졌다.

◆환차익 고려한 투자전략을

환율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김씨가 집을 구입했던 2006년 원달러 환율은 1000원도 안됐지만 요즘은 1300원 이상에서 움직이고 1400원을 넘나들기도 한다. 당시 40만달러에 샀던 집을 지금 40만달러에 그대로 판다고 해도 원화로는 4억에 사서 5억2000만원(1달러 1300원 일때)에 파는 꼴이 된다. 그것도 양도세 한 푼도 없이 말이다.

환차익을 이용한 해외 부동산 매각은 미국처럼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뿐만 아니다. 말레이시아 1링깃은 올초 만해도 280원이었지만 지금은 380원 안팎이다. 이들 지역에서 콘도 등을 분양받았던 투자자들은 한창 매각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을 중개했던 루티즈코리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부동산 가치 급락에서 벗어난 지역이 많아 오히려 집값이 오르기도 했고 링깃화 가치도 올라 좋은 매도시점으로 꼽힌다"며 "고객들에게 차익실현에 나서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인근 암팡지역 158㎡(48평)형 주택의 경우 올 1월에 55만링깃에 분양됐으나 현재 67만링깃에 팔린다. 단순 수익률은 24%이지만 환율을 고려한 수익률은 60%에 이른다. 1억5400만원에 매입해 2억5460만원에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양도세(36%)와 말레이시아에서 내는 세금(5%)은 수익금에서 빼야 한다.

◆신규 투자는 신중해야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해외 부동산을 살 때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1000원 주고 살 수 있었던 집을 1300원이나 1400원 주고 사야 한다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정우성 콜드웰뱅커코리아 팀장은 "해외 부동산 구입 컨설팅을 해 줄 때 투자에 신중하라고 한다"며 "올해 말까지는 환율을 지켜보다가 내년 이후 물건 탐색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부동산 투자는 감소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해외 부동산 취득건수와 취득액은 89건,4500만달러였다.

전년 동월에는 취득건수가 219건이었고 취득액도 9400만달러에 달했다. 취득건수는 지난 6월 185건,7월에는 154건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약세장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부동산이 있겠지만 찾기가 쉽지 않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따라 대외 변수도 불확실하다"며 "당분간은 쉬는 것도 투자라는 생각으로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장규호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