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은 전 세계 금융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금융 자본주의의 꽃으로 추앙받았던 투자은행과 파생상품이 금융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리떼의 자유가 양떼에게는 죽음을 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케인스의 말이 투자은행의 몰락과 함께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글로벌증시는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것과 이 같은 문제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감염된 투자심리는 이 역시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지(유동성 환수) 움직임에 원화 유동성과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운신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말보다 '글로벌 위기'로 표현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일 정도다.

주식시장이 1년 정도 조정을 보였고 고점 대비로도 40% 넘게 하락했지만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는 과정 속에서 주식시장의 빠른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도 높은 글로벌 정책 공조의 누적적 효과와 밸류에이션 매력도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 한경닷컴(www.hankyung.com) 증권리더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