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63)이 16일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레버리지(차입)가 있었던 데 대해 우리(투자은행)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으로 자본을 확충해도 더 이상 '빅 카지노'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월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책임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고해성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맥 회장은 이날 CN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본의 3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이미 20배 이하로 줄였다"며 "앞으로 자본확충 및 자산매각을 통해 추가로 차입비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레버리지 경영이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추가적인 디레버리지(차입 축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새로 유치한 자금으로는 대규모 수익만을 좇는 투기적인 비즈니스(빅 카지노)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맥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는 처음 겪는다"며 "국제 공조를 강화해 금융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국제적인 증권 감독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용공황으로 겁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 현금만을 찾고 있다"며 "다시 신용을 돌게 해야 기업과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심심찮게 나돈 유동성 위기설로 모건스탠리 주가가 폭락하자 숏셀링(공매도)을 강하게 비판해 온 그는 "너무 많은 소문이 돌아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레바논계 이민 후손인 맥 회장은 30년 가까이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다 2001년 회사를 떠났다가 2005년 6월 CEO로 되돌아왔다. 최근 금융위기로 유동성 압박을 받자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최근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로부터 90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