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태 < 한국제약협회 상근부회장 >

얼마 전 한국화학연구원이 미국 길리아드사에 에이즈치료제 후보물질을 수출해 한국의 신약 원천기술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선진제약시장으로의 기술 수출은 신약개발 역사가 짧고 연구자금도 부족한 우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신약개발 초기단계 전략이다.

얼핏 보기에는 연구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을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당장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출한 후보물질은 신약으로 개발돼 국내에 수입될 것이고 국민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기술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산유국의 경우 정제시설이 있어도 원유의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지만 기술과 자금력이 풍부한 우리 석유화학업계는 원유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우리 제약업계도 이제는 원천기술을 수출하고 신약을 비싸게 수입하는 단계에서 전임상,임상시험까지 직접 수행해 신약을 수출하는 전략으로 바꿀 때가 됐다.

성공불융자(成功拂融資)제도로 제약업계에 자금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준다면 세계적 신약개발도 이제는 가능하다. 성공불융자제도는 자원개발처럼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패했을 경우 기업이 상환할 원리금을 상당 부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성공시에는 원리금과 이익금 일부를 징수한다.

유수의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을 국내제약사가 받아 제품화하고,정부는 국내 제약사의 부족한 자금력을 성공불융자로 뒷받침한다면 FTA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신약 개발전략이 될 것이다. 때마침 국회보건의료포럼이 지난달 성공불융자를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앞으로 어느 방식으로든 후기임상까지 가능한 자금이 업계에 지원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