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순탄치 않다. 지난 9일 지식경제위에서 피감기관 임원이 최철국 민주당 의원에게 고성과 함께 담뱃갑을 던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각종 압력단체가 국감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16일에는 언론노조의 시위로 문화방송통신위의 국정감사가 정회되는 파행을 빚었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을 상대로 한 이날 국감에서 아침부터 국감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던 언론노조 회원이 국감장 안까지 진입해 의원과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언론노조 전 간부인 A씨는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국감장으로 입장하자 따라들어와 "언론노조가 왜 친노(親盧·친 노무현) 단체인지 해명하라"고 따졌다. 진 의원이 지난 9일 방송통신위 국감에서 일부 언론노조 간부들이 친노성향이라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4일 지식경제위 국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대한 국감을 진행하던 도중 안산시 시의원 등 6명이 난방공사 자회사인 안산도시개발의 민영화를 반대하며 국감장 문앞까지 진출해 기습시위를 벌인 것.'민영화 반대'라는 플래카드까지 준비해 펼치려던 이들은 국회 경위들로부터 제지를 받자 실랑이를 벌이며 고함을 질렀고 국감은 잠시 중단됐다.

같은 날 있었던 서울시에 대한 국토해양위 국감에서도 서울시 공무원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시청 입구에서부터 '폼생(폼만 내는) 국정감사 폐지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국감장에 들어서는 의원들을 맞았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국감에서 "서울 메트로에 5조원이 넘는 부채가 쌓여있는 등 방만의 극치인 서울시 공무원들이 국감을 폐지하라고 할 수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방해 행위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여야의 자세가 국회의 권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문방위 국감장의 언론노조 회원의 진입에 대해 민주당은 "밖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서 호소하고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옹호했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감장까지 떼법이 만연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면서 "소란행위가 있었던 상임위 위원들은 반드시 국감소동죄로 처벌해 국회만이라도 법과 권위가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 대응 방침을 주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