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18대 국회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늦깎이 의장'이 된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00일을 국회 위상과 권위를 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해 왔지만, 아직 미흡한 것도 많고 갈 길이 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18대 국회가 시작돼 국회의장이 되는 데 42일 걸렸고, 원구성을 하는 데 82일 걸렸다. 결코 없어야 할 기록들이다. 다시 한번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머리를 숙였다.

1992년 14대 총선(부산 영도,민자당 소속)으로 정치권에 입문,내리 5선을 한 김 의장은 국회의원만 17년 경력이다. 그는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의원 출석률이 지금까지 평균 97.5%를 기록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국회가 조금씩 구태를 벗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주변에선 김 의장이 의원들에게 본회의·국감 출석을 독려하는 서신을 보내고, 또 의원들을 대동하고 국감기간 외국순방에 나섰던 관례도 깨는 등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의장생활 100일만에 '소리없이 강한 의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감기간 중 상임위가 없는 김 의장은 최근 '우리땅 상생탐방'이라는 주제로 경남 창녕의 우포늪,나로우주센터,현대제철,순천만 연안 습지 등 국토 순례를 다니고 있다. 또 국회운영제도개선위를 가동해 국회개혁방안을 마련 중인데 다음 달 초쯤 결과물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형제 폐지,개헌론 등에 앞장서고 있는 김 의장은 "요즘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고 토로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