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시장에서 촉발된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금융위기 종합대책'에 넣기로 했다. 지금까지처럼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하나둘씩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다가는 시장 불안을 점점 더 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전광우 금융위원장,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거시정책협의회(서별관 회의)를 갖고 위기관리 대책을 '선제적으로 단호하게 충분한 조치'로 수립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우선 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은행의 외화 유동성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정부와 한은이 밀접한 공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한은이 공개입찰 방식으로 개별은행들과 스와프 거래를 트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은행이 필요한 만큼의 달러를 무한대로 공급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더불어 증시대책과 건설사 자금지원 방안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발표해 금융시장에서 또 다른 불안요소가 될 불씨들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실물경제의 위축에 대해서는 재정지출로 대응키로 했다. 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인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해외 부문의 위축을 내수가 커버해주지 않으면 경제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수출 부진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만큼 내수가 커버할 수 있게 확실하고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정부는 조만간 국회에 이미 제출된 내년 예산안을 수정하는 문제를 한나라당과 협의키로 하고 그 기초가 되는 정부 초안을 마련 중이다. 여기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경기가 어려우니까 감세 조치들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중산층 이상 계층에는 감세로 소비여력을 늘려주고 저소득층에는 예산지원 확대를 통해 지원하는 식으로 함께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