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는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이재무 '감나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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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나무의 인연도 때론 이렇게 질기고 아프다.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데도 도대체 헤어짐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언제나 낯설고 아쉬움을 남긴다.자신을 기르며 살던 고향을 버리고 도주한 주인을 그리워하는 감나무.봄이면 담장 너머로 새순을 틔우고 가을이면 사립 쪽으로 가지를 뻗어 감을 매단다는 대목이 저릿하다.하물며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말해 무엇할까.그 귀한 인연들을 대충 맺고,마구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