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아프면 오십견?…회전근개 파열 의심해봐야

물리치료 한계…수술 빠를수록 좋아

오십견으로 몇 년째 고생하고 있는 정순자씨(54·여)는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지만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로 나아지지 않아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 최근에는 문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아 관절전문 병원을 찾았고 오십견이 아닌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중년에 어깨 통증이 발생하면 흔히 오십견(유착성 관절막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3분의 2가량은 회전근개와 관련된 질환이고 나머지가 오십견,석회화 건염,충돌증후군,이두건막염,어깨 관절염,견봉 쇄골 관절염(어깨뼈와 빗장뼈 간의 염증),상부관절와순파열(어깨관절 내 연골의 손상) 등이 있다. 특히 오십견,회전근개 파열,석회화 건염 등은 서로 혼동되기 쉬운 질환이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에 변성이 생겨서 정상적인 힘줄 구조가 비정상적이고 약한 구조로 변해 파열된 것을 말한다. 테니스 골프 배드민턴 탁구 역도 웨이트트레이닝 등 어깨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30대가 넘어서도 지속한다면 회전근개의 파열 위험이 높아진다.

파열 초기에는 팔을 위로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가 점차 완화된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나중에 더 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오십견은 어깨가 굳어져서 아무리 팔을 올리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아프더라도 억지로 팔을 올리면 올라가고 특정 동작에서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회전근개 파열은 중등도 및 중증일 경우 오십견처럼 물리치료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장기간 놔두면 파열된 힘줄이 어깨관절 안으로 말려들어가 지방으로 변하고 팔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손상되고 찢어진 부분을 수술로 봉합해야 완치된다.

최근에는 수술 부위를 절개하지 않고 관절내시경으로 피부에 지름 4∼8㎜의 구멍만 뚫고도 수술(사진)이 가능하다. 어깨관절 구조가 복잡하지만 내시경을 삽입하면 직접 관절 안을 관찰하면서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 통증이나 수술 후 남는 흉터가 적고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진행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성창훈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진료부장은 "치료가 늦어지면 찢어진 부위가 더 넓어져 수술범위가 커질 뿐만 아니라 이미 지방으로 퇴행·변성이 진행된 경우에는 봉합하더라도 재파열 되는 빈도가 증가한다"며 "내시경수술로 조기치료해서 최소 절개,정확한 치료,입원기간 단축,치료비 절감,수술 후 빠른 재활치료 및 일상복귀 등의 효과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술 후에는 어깨관절이 굳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물리치료와 어깨힘줄 강화 재활치료를 받는 게 좋다.

오십견은 50세를 전후해서 흔하게 발생해 붙여진 이름으로 관절막에 염증성 변화가 발생해 신축성이 없어지고 운동에 제약이 생기며 잘 때 통증이 심해진다. 장시간 컴퓨터 사용,과로에 의한 면역력 저하,당뇨병,운동부족 등으로 최근엔 20∼30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어깨관절이 노화돼 관절이 굳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방사선 사진이나 혈액검사로 판정할 때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한 구체적인 병명을 찾아본 후 원인을 밝히기 어려울 때 잠정적으로 오십견 판정을 내린다.

석회화 건염은 회전근개에 석회질이 축적되는 병이다. 힘줄의 퇴행성 변화로 힘줄세포가 괴사돼 석회질이 침착된다는 가설과 힘줄의 혈류가 감소해 산소 분압이 떨어지면서 힘줄세포가 연골세포로 변하면서 여기에 석회질이 쌓인다는 가설이 있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내원하거나 몇 달씩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석회화는 석회질이 생기기 전 단계인 석회전기,석회질이 침착되는 석회화기,석회질이 소실되는 석회후기로 나뉜다. 석회전기나 석회화기에도 어깨 통증이 유발될 수 있지만 갑자기 발생하는 심한 통증은 석회가 분해될 시기에 나타난다.

그 이유는 석회후기에 견봉(어깨 끝 근육조직) 밑 점액 주머니에서 심한 염증 반응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보존적인 치료로 대부분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고 급성 통증의 경우 부신피질호르몬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 치료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며 통증이 만성화된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석회질을 제거하기도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